러시아 "크림반도~돈바스 육로 연결…마리우폴서 곡물 수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9일 전승절 행사 기념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9일 전승절 행사 기념식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동서로 잇는 회랑을 완성했다. 또 아조우해와 면한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통해 곡물을 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화상회담을 통해 "러시아군이 국영 철도사 '러시안 레일웨이즈'와 협력해 '러시아~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크림반도'를 연결하는 1200㎞의 철도 선로를 복원하고 도로를 개통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본토에서부터 2014년에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와 지난 2월 침공으로 점령지를 넓히고 있는 돈바스까지 '전면적인 교통 인프라'(full-fledged traffic)를 갖추게 됐다.

러시아 외무부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6개 철도 구간에서 본격적인 교통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루한스크·헤르손 주의 대부분과 도네츠크·자포리자·하르키우 주 일부 등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한 만큼 이곳을 관통하는 육로를 뚫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크림~돈바스 육로 연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고 BBC는 전했다. 특히 2014년 이후 크림을 장악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은 러시아 지원에도 불구하고 육로가 막혀 고립된 처지였다. 쇼이구 장관은 "이번 전쟁으로 장악한 마리우폴, 베르댠스크와 헤르손 등 남동부 항구도시에 육로를 통해 러시아 물자를 인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번 육로 개설로 러시아는 아조우해에 부동항을 확보해 주도권을 쥐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해변 전경. [AFP=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해변 전경. [AFP=연합뉴스]

 
러시아는 아조우해 연안의 마리우폴과 베르댠스크 항구는 정상 운영 중이며, 곡물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를 봉쇄하며, 식량을 무기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쇼이구 장관은 "최고사령관(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들 항구에서 곡물을 적재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마리우폴 등이 인접한 아조우해는 흑해보다 수심이 얕아 이곳 항구엔 소형 화물선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흑해의 주요 항구인 오데사는 여전히 봉쇄된 상태다. 오데사엔 2000만t 이상의 곡물이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곡물 선박 통행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흑해 연안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 등의 이유로 올해 말은 돼야 기뢰 제거 작업이 끝날 것이라며, 철도 등 유럽으로 향하는 육로 수출길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외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곡물을 수출하려는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약탈한 곡물의 수출하려 하자 지난달 16일 미국이 경고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밀 50만t, 금액으로 1억 달러(약 1255억원)어치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곡물을 약탈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행선지인 아프리카 몇몇 국가와 방글라데시 등 14개국에 "이 곡물은 장물"이라는 내용의 외교문서를 발송했다고 NYT가 전했다. 

아프리카 등 식량난에 처한 국가들은 '장물'을 가릴 처지가 아니라고 외신은 전했다. NYT는 "훔친 곡물이라는 미국의 신호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헐값의 곡물을 마다해야 하는지, 어려운 선택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을 인용해 동부 루한스크주의 97%를 장악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돈바스의 또다른 주(州)인 도네츠크주는 절반가량이 러시아군 손에 넘어간 상태라고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점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AP는 "러시아가 탄광과 공장이 밀집한 동부 산업 요충지를 완전히 차지하려는 목표에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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