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각장애 중증 2급인데도 비장애인과 겨룬 전국사격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2개나 세운 명사수 김우림. 김성태 객원기자
청각장애 중증 2급인데도 ‘명사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김우림(27)을 14일 충북 보은중학교 사격장에서 만났다.
김우림은 지난 11일 대구광역시장배 남자 일반 10m 공기소총 개인전 본선에서 635.2점을 쏴 종전 한국 기록을 1.1점 경신했다. 보은군청 팀 동료들과 나선 단체전에서도 1893.4점을 합작해 기존 한국기록보다 3.3점을 더 쐈다. 사격계에서는 ‘청각장애를 가진 선수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일반부 대회에서 하루에 한국 신기록 2개를 세운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놀라워했다.
10m 공기소총 본선은 모두 60발을 쏘며, 60발 전부를 만점(10.9점)에 꽂으면 654점이다. 김우림의 635.2점은 평균 10.6점으로, 60발 대부분을 샤프심 굵기인 0.5㎜ 표적 정가운데 맞혔다는 거다.
대학 시절엔 618점에 그쳤던 김우림은 지난해부터 점수가 급등했다. 지난달 미추홀기 전국사격대회에서도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인구가 3만명에 불과한 보은군이 지난해 사격장을 리모델링해주며 지원사격해줬고, 10m 공기소총 선수 출신 양승전 보은군청 감독이 잠재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양 감독은 “우림이는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 세계신기록 보유자(625.1점)다. 지난 13일 직지배 장애인대회에서 632.1점을 쐈는데 비공인 세계 기록”이라고 전했다.

10.9점 만점을 쏜 김우림이 일반대회와 장애인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김우림은 수화는 사회화를 위해 배우지 않아 인터뷰는 필담과 지화로 진행했다. 김우림은 “누나는 열병을 앓아 청각을 잃었지만, 난 태어날 때부터 들리지 않은 선천적 청각장애”라고 설명했다.
김우림이 착용한 보청기는 코팅이 벗겨져 속이 다 보이고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그는 “보청기는 6살 때 인공와우수술을 받으며 2000만원을 들여 엄마가 사주셨다. 20년째 써서 성능이 많이 떨어졌다. 돈을 모아 새 보청기를 사고 싶다”고 했다. 김우림은 보험 일을 한 홀어머니 노은미(53)씨 밑에서 기초수급자로 자랐다.

청각장애 명사수 김우림이 20년쨰 쓰고 있는 낡은 보청기. 박린 기자
김우림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청각장애 2급인 사격선수 누나 김고운(30)을 따라 처음 총을 잡았다. 고향 광주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받아주는 팀이 없어 담양군을 오가며 훈련했다. 김우림은 “고막이 아예 죽어 소리를 못 들을 뿐이지 균형을 잡아주는 달팽이관은 멀쩡하다”, “사격은 관중들을 위해 시합 중 노래를 크게 트는데, 청인(일반인)과 달리 난 오히려 잘 안 들려 집중하기 좋다”고 말할 만큼 긍정적이다.

보청기를 착용한채 정조준하고 있는 김우림. 김성태 객원기자

김우림을 성장시킨 양승전(오른쪽) 보은군청 감독과 김광식(왼쪽) 코치. 김성태 객원기자
한국 신기록을 세운 대구대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렸다. 장애인 국가대표인 김우림은 7개 일반 대회에서 상위 4위 안에 들면 일반 국가대표도 겸할 수 있다. 오는 11월 이집트 카이로 세계선수권대회(6일~18일)에서 비장애인과 겨룬 뒤 곧바로 일본 도쿄로 이동해 데플림픽(15일~26일)에 나가는 이색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김우림의 카카오톡 프로필명은 ‘attendre et espérer’다. 그는 “‘기다려라. 희망을 가져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고등학생 때부터 적어둔 인생관”이라며 “롤모델은 10년 넘게 마음을 다스리며 꾸준함의 대명사라 불리는 손흥민(축구선수)과 페이커(e스포츠)”라고 했다. 이어 “일반 국가대표는 높은 벽일테지만, 고생한 엄마한테 2028년 LA올림픽 금메달을 안겨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청각장애 명사수 김우림. 김성태 객원기자
나이: 27세(1998년생)
가족: 어머니 노은미, 누나 김고운(30·장애인 사격선수)
종목: 사격 10m 공기소총
장애: 청각장애 2급
기록: 일반부 개인(635.2점) 및 단체 한국신(1893.4점), 데플림픽 세계신(625.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