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이닝 9실점→6이닝 1실점…KO패 극복한 윤대경의 성장기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지난 5월 26일 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윤대경(28)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화는 그날 홈 대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24점을 내주고 졌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인 두산(전신 OB 포함)이 창단 40년 만에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뽑은 날이라고 했다.  

선발 투수 윤대경은 그 '참사'의 출발점이었다.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는 동안 안타 7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9실점 했다. 기세를 빼앗긴 한화는 나오는 투수마다 소나기 안타를 얻어맞고 끝없이 점수를 줬다. 윤대경은 "선발 투수가 1회도 못 채우고 내려온 데다 너무 처참하게 무너져서 충격이 컸다"며 "정신 없이 맞고 KO패를 당한 기분이었다. 힘 한 번 못 쓰고 무너져서 분했다"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한 달 내내 부진해 고민이 깊던 참이었다. 윤대경은 지난 달 선발 등판한 5경기 중 네 차례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에 실패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6.4%로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의 평균(65.8%)을 상회하는데, 한가운데로 몰리는 공이 많아 계속 장타로 연결되는 게 문제였다. 정신이 번쩍 든 윤대경은 포수 최재훈과 상의해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다음 두산전에서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마음으로 설욕 기회를 기다렸다.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반등의 시간은 기대보다 더 빨리 왔다. 그는 바로 다음 등판인 1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고, 몸을 날려 땅볼 타구를 잡아내는 투혼도 보였다. 관중석에 있던 팬들은 한 경기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윤대경을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그는 "기립박수를 받은 경험은 데뷔 후 처음이라 감격적이었다. 5월 한 달 동안 죄송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했다.  

벼르고 별렀던 상대와도 2주 만에 다시 만났다.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 다시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팀의 5-1 승리를 이끄는 호투였다. 5회까지 한화 타선이 무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했지만, 팽팽한 승부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텨 6회 역전극의 발판을 놓았다. 그는 경기 후 "꼭 다시 두산을 만나 잘 던지고 싶었다. 이제 상처를 씻을 수 있다"며 비로소 웃었다.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두산전 0.2이닝 9실점 상처를 2주 만에 6이닝 1실점 호투로 극복한 한화 투수 윤대경. [연합뉴스]

 
윤대경은 멀고 험한 길을 돌아 선발 투수가 됐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에 내야수로 입단했다가 1년 만에 투수로 전향했다.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시작했지만, 전역을 앞두고 방출 소식을 들었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2019년, 한화의 눈에 띄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후 불펜에서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다 지난해 처음 선발 테스트 기회를 얻었다. 

프로 데뷔 10년째가 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존재감이 크다. 외국인 투수들의 동반 부상으로 붕괴된 한화 선발진에서 꾸준히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시즌 한화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윤대경과 김민우뿐이다. 

윤대경은 "1군에서 야구하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기회인지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또 한 번, 시련을 딛고 한 뼘 더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