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만든 실무진과 기관 경고”

한국가스공사 실무진이 작성한 채희봉 사장 호주 관광 계획. 다만 가스공사 측은 채 사장이 해당 일정대로 관광하지 않았고, 주로 호텔에 머물며 업무 준비를 했다고 해명했다.
“부·차장이 계획 만들었지만 보고 안 해”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산업부도 이번 감사를 통해 실무진이 비공식 관광 계획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산업부 감사관실은 양 의원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공식계획서 외의 보조자료로 실무진 부장·차장 2인이 (관광 계획을) 수립 후 추가 보고는 안 했다고 진술했다”면서 “휴일 일정이 없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가스공사 측이) 답변했다”고 했다.
또 산업부 감사관실은 “골든코스트 인근 식당을 30분 정도 한 차례 방문하고, 호텔 바로 인근에 있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산책 겸 갔다는 (가스공사 측) 진술을 확인했다”며 일부 비공식 관광 사실도 확인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외유성 출장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채 사장과 출장 직원들에 대한 조치는 이번 감사 결과에서 뺐다.
관광 여부 추가 조사 없이 “출장 적절”
양 의원은 “실무진이 관광 계획을 만든 것은 맞지만 이를 사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가스공사 해명을 그대로 수용한 게 어떻게 감사라고 할 수 있나”면서 “관련자 진술만 받을 게 아니라 실제 자료를 통해 외유성 출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감사관실은 “관련자 진술 외에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양 의원실에 설명했다.
관광 여부와 관련 없이, 2주가 넘는 장기 출장이 꼭 필요했냐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수급 우려가 커지던 때에 핵심 에너지 공기업 사장이 해외 출장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게 적절했냐는 것이다. 에너지 공기업에 강도 높은 경영 평가를 예고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양 의원에 따르면 당시 출장에 채 사장 일등석 항공료를 비롯해 6명 출장 인원 항공료만 4549만7800원, 체재비만 1만2300달러(약 1587만원)가 쓰였다. 또 차량 2대 임차료에만 3072만639원, 회의장 임차에 170만9365원이 들어갔다. 5성급 호텔 등을 이용한 숙박비는 별도 실비 처리됐는데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부는 “국내 수소 수요 충당 위해 호주 그린 수소 생산처 발굴이 필요했다”면서 “출장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