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짱아가 어떤 의료행위를 받다가 쓰러졌고, 쓰러진후 어떤 생체정보에 근거해 무슨 약품들을 썼는지 등을 알 수가 없어 나중에라도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답신이 없다”며 “사람에게 발생한 의료사고보다 반려동물 의료 분쟁이 더 싸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통계.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려동물, 치료받다 죽어도 진료기록 못 봐
진료기록부의 통일된 양식도 없다. 진료기록부 기재사항을 명시한 수의사법 시행규칙 제 13조에는 ▶병명과 주요 증상 ▶치료방법(처방과 처치) ▶사용한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품명과 수량 등을 적어야한다고 돼있다.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 자세히 기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보니 결국 수의사의 재량에 따라 진료기록부가 작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짱아 보호자 이씨는 “그나마 동물병원에서 준 자료는 형식적이거나 선택적인 내용들인데, 이걸로 본인들의 책임을 다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라며 “사람이 진료를 받다 사망했을 때 의료기록부를 달라했더니 ‘응급처치 진행’이라는 간략한 기록이 전부라면 그게 제대로된 의료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소연했다.
반려동물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할 내용을 구체화하고, 발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도 수의사법을 개정해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수의사계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기록부 발급이 의무화되면 증상과 병명에 따른 사용 약품과 진료 방법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공에 노출될 것”이라며 “마취제ㆍ호르몬제 등의 오남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일부 동물병원이 선의로 제공한 기록이 이미 온라인 카페 등에서 돌고 있다”며 “누구나 약국에서 동물 약품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가구 외에도 축산농가는 가축에 대한 자가치료가 법적으로 허용돼 있기 때문에 진료 기록을 섣불리 따라 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반려동물의 진료기록을 공개하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부작용을 막을 안전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문병원’ 명칭도 주의해야

산책 중 가족에게 안겨 꽃과 함께 사진을 찍는 짱아의 모습. 사진 이준원씨
짱아의 수술에는 사전 동의서도 없었다. 반려동물 수술 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짱아 수술 전 수액 라인 연결을 담당했던 직원도 동물 간호ㆍ진료 보조 업무 자격을 갖춘 동물보건사가 아니었다. 동물병원이 동물보건사만 채용해야 한다는 의무는 따로 없다. 짱아는 수액 라인만 연결한 상태로, 본 수술도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숨을 거뒀다.
반려동물, 법적으론 ‘재물’…“가족 잃었는데 답답”
이씨는 “폐쇄회로TV(CCTV)를 보여주겠다고 했던 동물병원이 지금은 영상이 지워졌다며 모르쇠를 하고 있다”며 “병원 측 과실에 대한 증거를 확보할 수가 없어서 법적으로 다투기조차 어렵다고 한다”고 했다. 눈물을 머금은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짱아에게 너무나도 미안합니다.”
◇알려왔습니다=기사에 언급된 동물병원 측은 “사망한 강아지는 수액처치실에서 쇼크를 일으켰고, 응급처치 전에 이미 항문이 열릴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진료기록과 관련해선, 수술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을 전제로한 기록은 있을 수 없고, 사람에 대한 진료에서처럼 처치기록지ㆍ마취기록지 같은 별도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왔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동물병원의 해명과 반론을 반영해 기사를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