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경은 단체로 기념 사진을 찍은 21대 국회의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과장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제 역할을 못 한다고 평가한다. 도토리 키재기지만 굳이 따지자면 국민의힘(74.7%)이 민주당(69.8%)보다 더 눈총을 받는다. 조사 대상을 지지층으로 좁혀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당 지지자 절반 이상은 자기 당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세상은 달라졌는데 우리 정당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행태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은 권력의 통치 기구였고 야당은 다음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사당(私黨)에 불과했는데, 여야 모두 여전히 그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유권자는 불신과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유권자(국민) 눈높이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특혜만 누리는 것도 사람들 마음을 떠나게 한다. 헌법적 지위를 보장받은 각 정당은 막대한 국고 보조를 받는다. 올해 치른 대선과 지방선거, 단 두 차례의 선거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867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2016년부터 따지면 양당에만 2000억원의 세금이 지급됐다. 세금으로 부자가 된 두 거대 정당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조물주 바로 아래'라는 건물주가 됐다.

내분에 휩싸인 국민의힘과 이재명 사당이 된 민주당이 같이 직면한 공통의 과제는 중도층 확장인 셈이다. 그런데 양당 모두 거꾸로 가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얘기부터 해보자. 이 당엔 지금 정치는 실종되고 법정 싸움만 남았다. 법률 싸움을 위해 당헌을 바꾸고 당규를 고쳐 스스로 당헌과 당규를 권력 투쟁의 수단으로 만들었다. 집권세력 전체가 문제 진단과 책임을 외면한 결과, 국민은 안중에 없고 문제 해결 능력도 없는 무자격 집권 여당이라는 걸 스스로 각인시켜주고 있다. 대통령만 바라보는 체질적인 ‘충성 여당’이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자 의원들이 박수치고 있다. 대통령이 소속 당 연찬회에 참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연합뉴스
이번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민생과 당원 속으로 나아가 당원과 함께 하는 민주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당 조응천 의원은 “말로는 민생인데 행동은 강성당원 쪽”이라고 해석하면서 “강성당원을 제외한 중도나 무당층이 대체 민주당을 어떻게 볼까”라는 걱정을 한다. 결코 기우가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의 이 대표 지지율은 43.6%였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대상을 좁히면 82.7%로 이 대표의 당 대표 투표 최종 득표율( 77.8%)과 유사하다. 하지만 무당층과 중도층의 이재명 지지율은 각각 36.5%와 40.9에 그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있다. 검찰이 이 대표 출석을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전쟁입니다'라고 썼다. 이후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뉴스1
강성 지지층과 유권자의 괴리는 공천과 당직 선출 과정에서의 불거진 부작용의 하나다. 적극적인 강성 지지자의 영향은 배가되어 결국 다른 일반 유권자와 점점 더 멀어진 정당으로 퇴행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이걸 보고 대부분의 국민은 정당을 금단의 구역처럼 회피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정치가 다시 정치로 돌아오려면 양당 모두 달라져야 한다.
결사옹위 충성 여당의 여의도 출장소는 이제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 민주당도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여야 의원 모두 당장 2024년 총선 공천에만 목을 매는 현실 속에서 이런 교과서적인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는 것도 안다. 정당의 실패가 정치의 실패로 이어지고 그것이 결국 국민 불행을 낳는 이 악순환을 지켜보는 정치학자의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여야 양쪽 어디에도 희망의 싹이 보이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