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협회장 "중국시장 접근 줄어들면 美 R&D자금도 줄어"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협회 사무실에서 워싱턴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 협회 사무실에서 워싱턴특파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 추격을 불안하게 여겨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지만, 같은 법이 중국 같은 거대 시장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접근을 제한하면 연구개발(R&D) 자금 유입이 줄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미국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단 인터뷰에서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의회가 기술 정책에 있어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여긴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지원법은 세제 혜택 등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인텔ㆍ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도 이 법에 따른 혜택을 받으면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중국 같은 거대 시장에 접근이 제한되면 미국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뉴퍼 회장은 “중국은 우리 매출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매출에서 많은 연구 자금이 나온다”고 답했다.  

이어 “5달러 중 1달러 정도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데, 중국 같은 주요 시장에 대한 접근이 심각하게 줄어든다면 많은 R&D 자금을 보유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페달을 빠르게 밟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퍼 회장은 ”서울과 도쿄, 워싱턴, 브뤼셀의 정책 당국자들이 중국에 대한 정책을 세울 때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세심한 균형(delicate balance)”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간 반도체 정책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많은 것이 걸려 있기 때문에 매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며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퍼 회장은 반도체지원법 추진 배경에 대해 한국 등 다른 나라는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키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 제조업이 무너졌고, 최첨단 반도체 칩이 대부분 미국 밖에서 생산되면서 혁신 경쟁에서도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90년대 세계 반도체의 37%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그 비중이 12%로 줄었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보다 미국 내 생산비용이 25~50% 비싼 탓에 반도체 제조 기반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뉴퍼 회장은 반도체 지원법 시행으로 이를 바로 잡겠다면서 “우리는 세계 모든 반도체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게 아니고, 다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퍼 회장은 “미국은 로직 칩, 설계, 장비 경쟁력이 매우 강하고 한국은 메모리 분야 강자”여서 양국 반도체 산업은 보완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새 법은 양국 협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SIA는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기업도 회원사로 참여한다. 뉴퍼 회장은 5일 방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산업통상자원부, 코트라 관계자들과 면담한 뒤 7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는 코트라 주선으로 워싱턴의 SIA 사무실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