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자포리자 원전, 보호구역 필요"...우크라 찬성, 러는 모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시찰 결과를 발표하며 원전 주변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다녀온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다녀온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일부터 이뤄진 자포리자 원전 현장 시찰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하는 자리에서 “자포리자 원전의 물리적 무결성을 유지하면서 직원 안전을 도모하려면 원전 주변 지역에 대한 핵 안전 보호구역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우 매우 재앙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 경고하며, “(핵 재앙을) 막는 것이 역사적이고 윤리적인 의무이며, IAEA는 즉각 보호구역 설정을 위한 당사국 간 협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발언은 자포리자 원전을 직접 시찰한 IAEA 전문가들의 상세 보고서에 기반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50페이지 분량으로, 자포리자 원전의 문제 상황과 이에 대한 7가지 권고를 담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IAEA는 보고서에서 “현재 포격으로 핵 비상사태까지 촉발되진 않았지만, 지속적인 위협은 나타나고 있다”며 “907명의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높은 스트레스와 압박 속에 있고, 군사 활동으로 원전 안전 가동에 필수적인 전기 공급이 여러 차례 끊겼다”고 지적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현재 포격과 전력 단절 문제로 총 6기의 원자로 중 1기만 작동 중이다. 주 전력선 4개 중 3개가 교전으로 파손됐다. IAEA는 지난 3일 남은 1개의 주 전력선에도 문제가 생겨 현재 보조 전력선을 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IAEA의 시찰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선 원전 인근의 모든 군사 활동을 중단해야 하며, 이후 비무장지대 설정에 대한 합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비무장지대 설정을 위해) 러시아군이 철수하고 우크라이나군은 재점령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의 제안에 우크라이나 측은 찬성 입장을 보였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세부사항을 검토해야 하지만, 러시아군의 철수가 보장된다면 보호구역 설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연설을 통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IAEA 보고서에 포격 주체가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원전 위험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겼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도발을 계속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없을 거란 보장이 없으며, 아직 IAEA의 의도가 뭔지, 안전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IAEA는 자포리자 원전에 2명의 전문가를 상주시키며 양측의 위험 행동을 감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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