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7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장제원 의원이 그 뒤를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대선 승리 후 반년 남짓 정권 핵심부에 있던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중앙정치 무대에서 물러났다. 윤핵관 ‘투톱’ 중 맏형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취임 5개월만에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나머지 한 사람인 장제원 의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난 7월 8일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이후 당이 유례 없는 대혼란을 맞은 데 책임을 지고 사실상 자진 퇴진했다. 무엇보다 ‘권핵관 대 장핵관’이란 내부 갈등이 도마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 두 사람 모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다만 일각에 이들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충성을 다하려다 밀려난 윤석열 대통령의 ‘카케무샤(影武者·그림자 무사)’”(여권 인사)라는 일종의 동정론이다. 임기(1년)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은 권 원내대표 주변에서 “5개월 내내 윤 대통령 뜻 하나만 보고 따랐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 번복으로 코너에 몰렸던 게 가장 억울한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장 의원도 정권 초부터 사석에서 “윤핵관은 윤 대통령이 신뢰를 거두면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다”, “내가 지금 가진 권력은 온전히 윤 대통령에게서 받은 파생권력” 등의 말을 자주 반복했다고 한다. 윤핵관이 사실상 ‘윤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두 사람 다 애당초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이준석 전 대표가 ‘측근 실세’를 비꼬는 의미에서 윤핵관 호칭을 만들어낸 뒤로 줄곧 이렇게 불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결정 직후 당내에서 권성동 사퇴론이 공개 분출하자 “나는 내 욕심은 안 부린다”고 말했다. 장 의원 역시 지난달 31일 “책임론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나의 부덕”이라며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핵관들의 퇴장하면서 이번엔 향후 당·정 관계를 이끌어갈 ‘포스트(차기) 윤핵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친윤계인 정진석 비대위원장 체제로 일단 상황이 정리됐지만, 윤핵관 부재 상황에서 “당 내 확실한 윤심(尹心)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지목된다. 특히, 개국 공신으로 여겨졌던 두 윤핵관이 정권 출범 석 달만에 권력 주변부로 밀려나자 당내에서 “이제 누가 또 윤 대통령을 위해 충성을 다 바치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추석 직전 당내에서 ‘신(新)윤핵관’, ‘초(初)핵관(초선 윤핵관)’같은 신조어가 등장했다 사라진 것 역시 윤핵관 대안 부재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핵관을 버리면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맥에만 사로잡힌다”며 “그들이 과연 당과 대통령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TK지역 초선 의원도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다 좋은데 당에서는 누가 윤핵관을 대신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