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동훈 주도 ‘검수원복’…이원석, 수사로 답할까
이 후보자는 우선 10일 시행된 ‘검수완박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체제에서 수사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현행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 2대 범죄로 줄여 놨다. 하지만 한 장관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 가능 범위를 일부 되살렸다.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은 부패 범죄에 직권남용·직무유기·금권선거 등을 포함하고, 경제 범죄에는 마약 및 경제 범죄 목적의 조직범죄 등을 추가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론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검수완박법’ 입법을 조직적으로 반발한 검찰 입장에선 어느 정도 수사권을 지킨 만큼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검수원복 시행령을 주도한 한 장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일선 검찰청에서 진행 중인 전 정권 관련 수사를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며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2.9.2/뉴스1
文 정권 수사 산적…김건희 수사 형평성 논란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해서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어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뒷말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사건들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것도 숙제다. 여기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는 뭉개고 있다는 ‘형평성’ 논란도 있다.
민주당은 이미 이 후보자의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하루 뒤인 지난 6일 “이원석 후보자는 원론적인 발언으로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고,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원석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을 다하는 권력의 시녀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원석 후보자는 역사 퇴행의 선봉장 배우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양심으로 그 자리에서 내려올 것인지 스스로 결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튿날인 7일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며 김 여사 관련 특별검사(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둘러싼 기록 삭제·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1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법무부, 대검 서 있는 자리 달라”
일부 간부 공백에 따른 ‘조직 연소화’ 및 ‘인력 공백’에 우려를 잠재우는 것도 검찰 인사권을 가진 한 장관과 검찰 수사를 책임질 이 후보자가 맞닥뜨린 숙제다. 이 후보자는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7기수 아래여서 선배 기수의 ‘줄사표’ 우려가 나왔다. 이미 이 후보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 이 후보자와 함께 올랐던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54·사법연수원 24기),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57·25기),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58·25기)이 모두 검찰을 떠났다.
결국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사 결과를 검찰이 내놓을 수 있도록 이 후보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한 장관은 법무 행정에 충실한 역할을 해 검찰 독립성 훼손 우려에 대한 여지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은 “새 정부에서도 대장동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과 같은 주요 사건에서 뚜렷한 수사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검찰은 수사 기관인 만큼 공정한 수사를 통해 수사 결과를 보여주고 한 장관은 검찰 중립성을 위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