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이 아름다운 오거스타 내셔널, 퀘일 할로

퀘일 할로 18번 홀 그린을 휘둘러 가는 개울은 인공이다. 성호준 기자

퀘일 할로 18번 홀 그린을 휘둘러 가는 개울은 인공이다. 성호준 기자

듣던 대로 들어서자마자 오거스타 내셔널의 느낌이 확 풍겼다. 107회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샬럿의 퀘일 할로 골프장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이라 불린다. 잘 관리된 페어웨이와 융단같은 그린, 페어웨이 옆에 늘어선 나무들이 딱 오거스타였다. 나무 아래에 동그랗게 소나무잎을 깐 것도 똑같다.

1959년 이 골프장의 창립자는 또 다른 오거스타를 만들려고 한 듯하다. 오거스타 내셔널 부설 파3 코스 설계로 유명한 사람을 설계자로 썼다. 오거스타처럼 퀘일 할로의 전반 9홀은 구릉에 있고 후반 9홀은 저지대에 있다. 래의 개울이 흐르는 오거스타의 아멘코너처럼 퀘일할로 14~18번 홀이 물에 영향을 받는다. 그 중 16~18번 홀은 매우 어려워 그린마일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미학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톰 파지오가 1997년 퀘일 할로를 현대식으로 리노베이션했다. 골프장 오너는 “오거스타 다음으로 좋은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했단다. 언덕 위에 우뚝 선 미국 남부 건축양식의 흰색 클럽하우스도 오거스타 비슷하다.  

퀘일 할로 골프장이 자랑하는 그린 마일의 가운데 홀인 17번 홀. 성호준 기자

퀘일 할로 골프장이 자랑하는 그린 마일의 가운데 홀인 17번 홀. 성호준 기자

그러나 옛날 클럽하우스를 그대로 지킨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보다 퀘일 할로 클럽하우스가 더 웅장하다. 코스도 그렇다. 오거스타는 선수들 샷 거리 증가에 맞춰 어쩔 수 없이 거리는 늘렸지만 1930년대 코스의 원형을 보전하려 노력한다. 퀘일 할로는 현대 골프에 추세에 맞게 코스를 바꿨다. PGA 투어의 현대 골프는 장타자들이 공을 높이 띄워 딱딱한 그린에 세우는 공중전을 의미한다.  

이번 대회는 파 71에 전장이 7626야드다. 장타자 매킬로이에게 딱 맞춘 ‘로리 매킬로이 컨트리 클럽’이라는 얘기도 듣는다. 매킬로이는 이 곳 벙커를 다 넘길 수 있다. 2010년 매킬로이가 PGA 투어 첫 우승을 한 곳이 퀘일 할로다. 이 코스에서 14번 경기해 4번 우승하는 등 톱 10에 10번 들었다.


장타자가 유리한 건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러나 다양성을 없애면 문제다. 이번 대회 9번 홀은 530야드인데 티박스에서 페어웨이까지의 거리가 260야드 정도다. 맞바람이 세게 분다면 일부 선수들은 페어웨이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샷은 약간 오르막이다.  

퀘일 할로가 자랑하는 그린마일의 첫 번째 홀인 16번 홀도 파4 보다는 파5에 더 어울리는 529야드다. 그린 왼쪽에 물도 있어 파4로 하기엔 과하다. 18번 홀은 페어웨이를 이리저리 굽이쳐 흐르는 개울이 유명하다. 가봤더니 물이 철철 흘렀다.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만든 인공 개울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처럼 나무 아래 소나무 가지를 깐 퀘일 할로 골프장. 성호준 기자

오거스타 내셔널처럼 나무 아래 소나무 가지를 깐 퀘일 할로 골프장. 성호준 기자

디애슬래틱은 전문가들을 인용, “오거스타 같은 코스는 단순히 페어웨이가 아니라 페어웨이 특정 지점에 가야 스코어 기회를 갖는다. 퀘일 할로는 단순히 페어웨이에 가면 되는 코스”라면서 “아주 현대적이고 아름다우며 잘 관리되어 있지만 영혼이나 개성이 부족한 카다시안 집안 비슷하다”라고 평했다.  

골프장은 부지가 넓어 관람하기에 좋다. 그 부지에 많은 VIP 접대 텐트와 광고판이 들어섰다. 스포츠 마케팅의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지만, 골프장 측이 오거스타가 되겠다고 하니까 광고판 하나도 없는 마스터스와 비교가 된다.  

샬럿=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