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연주공장에서 철강반제품인 슬라브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 포스코
태풍 ‘힌남노’로 침수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가 고로 3기를 모두 재가동하고 공정 일부를 정상화했다. 포스코 측은 제강공장에서 전로(轉爐·쇳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곳) 7기 중 4기를 재가동했고, 연주라인(쇳물을 고체 형태로 가공하는 것) 총 8기 중 절반인 4기를 재가동해 슬라브 등 철강 반제품 생산에 돌입했다고 13일 밝혔다.
태풍 때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라인은 아직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압연라인의 배수 작업은 80% 정도 마무리됐다. 우선 가동이 필요한 1열연·3후판 공장은 배수를 완료했다”며 “다만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피해 규모 추산 및 복구·가동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록적 폭우”…사고원인 포항시·포스코 책임론
이에 포스코 측은 “기록적인 폭우가 만조 시점과 겹치며 냉천의 갑작스러운 범람을 유발했다”며 “불가항력적인 사태”라고 항변했다. 포항시 측도 “냉천 정비사업을 통해 주변 계획홍수량을 초당 665t으로 증가시켰다”며 80년 빈도로 발생하는 시간당 77㎜의 한계 수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100㎜ 넘는 비가 내려 피해를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264억원의 예산을 들여 ‘냉천 고향의 강 사업’ 등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포항시, 냉천 정비사업…“수변공원 조성 피해 커져”
실제로 냉천 정비사업 전엔 인근 지역 물난리에도 포항제철소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1998년 태풍 ‘예니’ 당시 포항지역엔 총 611.9㎜의 폭우가 내려 대부분 지역이 침수됐지만, 포항제철소 생산라인은 물에 잠기지 않았다. 다만 도로와 부두 등이 침수되며 제품 원료와 완제품 이동 등에 차질을 빚었다. 2005년 태풍 ‘나비’ 때도 마찬가지였다.

12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직원들이 침수된 공장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12일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부에서 침수된 전자설비를 분해해 진흙을 닦아내고 재조립하는 모습. 사진 독자제공
복구 8일째, 직원 피로도 커져…“안전 강조 형식적”
또 다른 직원은 “회사에서 안전을 강조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이라며 “내부에선 휴대폰도 잘 안 터지고, 작업 중 폰을 볼 시간도 없는데 ‘안전관리기준을 공지하니 철저한 이행 바란다’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거의 전부다. 현장에선 지켜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복구작업 이후 설비가 정상가동 될지도 미지수다. 이 직원은 “현재 침수됐던 설비를 대체할 새 장비를 구할 수 없어 물에 잠겼던 전기모터 등을 분해해 진흙을 닦아낸 뒤 재조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