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이 지난 7월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을 찾아 무인주문기(키오스크)에서 실제 주문을 해보는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은 한 참가자가 직원의 도움으로 무인주문하는 모습. 연합뉴스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와 컵라면·우유 제품 10개 중 6개 이상(62.3%)에 점자 표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자 표시가 있는 제품도 가독성이 낮았다.
14일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14개 식품업체에서 생산하는 321개 식품을 조사한 결과 9개 업체의 121개(37.7%) 제품만 점자 표시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7개 음료 업체 중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생산하는 제품의 점자 표시율이 64.5%로 가장 높았다. 컵라면 4개 업체 중에서는 오뚜기라면의 표시율이 63.2%로 가장 높았다.
음료 중에서도 캔은 89.9%, 페트병은 13.7%에 점자를 표시해 용기 재질에 따라 차이가 컸다. 컵라면은 28.9%, 우유는 40개 제품 중 1개(서울우유, 3000mL)만 점자 표시가 있었다.
점자 표시가 있는 경우에도 음료 중 85.1%가 ‘음료’나 ‘탄산’으로 표시했고, 제품명을 표시한 경우는 14.9%에 그쳤다. 소비자원은 “시각 장애인이 제품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컵라면 26개 제품은 전체 제품명 또는 축약된 제품명을 표시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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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점자 표시 제품 하나도 없어
점자를 표기한 78개 제품의 가독성을 시각 장애인 20명이 3점 척도(상·중·하)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92.3%가 가독성 평가에서 ‘중’ 미만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페트병 음료는 점자 촉감이 약하고 점 간격이 넓어서 가독성이 1.04점으로 가장 낮았다. 캔 음료는 캔의 테두리와 점자 위치가 가까워서 가독성이 낮았다. 컵라면은 용기에 부착된 비닐 포장이나 점자 표시 방향이 세로로 불편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 점자 표시 사례. 사진 한국소비자원
음료·컵라면·우유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시 각장애인 192명을 조사한 결과 식품 점자 표시와 관련해 캔·페트병 음료류는 83.3%, 컵라면은 74%, 우유류는 67.7%가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불편 이유로는 ‘점자 표시가 없었다’는 응답이 모든 품목에서 가장 높았다.
또 식품에 표시되길 희망하는 점자 내용(복수 응답)으로는 음료류, 컵라면의 경우 제품명이 각각 80.7%(155명), 84.9%(163명)로 가장 많았다. 우유류의 경우 유통기한이라는 응답이 88%(169명)로 가장 많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 점자 표시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어서 사업자와 제품 종류별로 표시율에 차이가 컸다”며 “사업자에게 식품 점자 표시를 활성화하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