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제외한 20여개국의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정당과 유력 정치인들에게 최소 3억 달러(약 4170억원)를 후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고위 당국자는 기밀 해제된 정보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하고 “이는 최소한의 추산이며 러시아는 이외에도 감지되지 않은 방식으로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극우 국수주의 정당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등에 대한 지원 등도 포함된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익명의 아시아 국가에 주재하는 러시아 대사가 특정 대통령 후보에게 수백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했다. 특정 국가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러시아는 2017년 알바니아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중도우파 정당 지원을 위해 약 50만달러를 썼고, 보스니아와 몬테네그로, 마다가스카르의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자료 취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미 정보 당국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지지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공개적으로 조작 활동을 진행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은 우리의 취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 역시 이 같은 노력에 동참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당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인 제재를 우회하는 통로로 향후 이 같은 정치적 후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며, 동맹들과 이 같은 위협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돈이 유럽의 정당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발언은 조기 총선을 불과 11일 앞둔 이탈리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에선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l),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주도하는 전진이탈리아(FI) 등 세 정당이 중심인 이탈리아 우파 연합의 집권이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살비니 상원의원과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탈리아 정계에서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이에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가용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러시아에서 자금을 받은 국가와 정치인의 리스트에 이탈리아도 포함됐는지 확인 작업에 들어갔지만, 미국 정부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