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 북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깜짝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히 니키포로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1시 22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에서 개인 승용차 한 대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차량과 다수 호위 차량에 충돌했다"면서 "대통령은 의료진 검진 결과 심각한 부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키포로우 대변인은 구체적인 사고 발생 시각·부상 정도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동행한 젤렌스키 대통령 의료진이 충돌한 상대 차량 운전자를 응급 처치한 후 구급차로 후송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사고 발표 몇 분 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평소처럼 야간 화상 연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하르키우주(州) 인근 지역에서 막 돌아왔다"며 "러시아군을 몰아내기 위한 반격 끝에 이 지역 대부분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군의 전례 없는 진격이었다"며 "우리 국민은 다시 한번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냈다"고 강조했다.
전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수복된 북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깜짝 방문했다. 그는 포탄 맞은 시청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식을 열어 군인들을 격려했고 전사자들을 위해 1분간 묵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격 방문은 이달 초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성공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치솟았다"며 "전선 근처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으며 되찾은 영토를 확고히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왼쪽)이 14일 이지움을 방문해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최근 북동부 하르키우주를 수복하며 영토 탈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하르키우 지역에서 주민 15만명이 사는 300곳 이상의 정착촌을 탈환하며 약 4000㎢에 달하는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하르키우주의 주요 도시 이지움은 교통 요충지로, 도네츠크·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을 수복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관문으로 여겨진다. 러시아군은 지난 4월 이지움을 점령한 뒤 이 도시를 주요 수비 거점과 대규모 무기 창고로 활용해 왔다.
한편 우크라이나 측은 하르키우 지역에서도 민간인 학살·고문이 행해졌다고 주장했다. 올렉산드르 필차코우 하르키우 지방 검찰총장은 "최근에 탈환한 하르키우시(市)에서 남동쪽으로 약 60㎞ 떨어진 마을에서 고문 흔적이 있는 시신 6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군 점령 기간 동안 하르키우 지역에서 최소 1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측은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철수한 부차 등 다른 러시아 점령지에서도 민간인 대학살이 자행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