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를 보면 올 1~7월 관리재정수지는 8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적자가 29조9000억원 더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국민연금ㆍ고용보험 같은 사회보장성기금수지 제외)로 나라 살림살이가 어떤지 보여주는 지표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더한 통합재정수지 역시 7월 누계로 56조3000억원 적자다. 적자가 전년 대비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사회보장성기금은 아직 지출보다 수입이 많기 때문에 통합재정수지가 관리재정수지보다 수치가 나은 편이다.
1~7월 세금이 지난해보다 37조3000억원 더 걷히면서 정부 총수입도 따라 증가했다. 394조원으로 전년 대비 37조1000억원 증가했는데도 지출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엔 한참 모자랐다. 이 기간 정부는 전년 대비 72조8000억원 늘어난 450조4000억원을 썼다(총지출). 기재부 측은 “추가경정예산 사업 지출 집중 등으로 재정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으니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 7월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022조원으로 불과 한 달 새 14조5000억원 늘었다. 기재부는 앞으로도 재정 적자가 계속 쌓여 올해 말 중앙정부 채무가 1037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지방정부 채무까지 더한 국가채무는 연말 1068조8000억원으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육박(49.7%)할 예정이다.
한편 국세는 1월부터 7월까지 261조원 걷혔다. 지난해보다 37조3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세목별로는 법인세 수입이 전년 대비 23조9000억원 크게 늘었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9조3000억, 5조5000억원 각각 더 들어왔다. 지난해 기업 실적이 좋았고 최근 일자리 경기 회복, 물가 상승 영향도 컸다. 반면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교통세 수입은 전년 대비 3조4000억원 줄었다.
이런 세수 호황 속에서도 나라 살림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껏 불어난 정부 씀씀이 탓이다. 바깥살림 격인 경상수지도 비상이다. 한국은행은 5~7월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8월 적자로 돌아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집계 중으로 공식 통계 발표는 다음 달 7일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뉴스1
재정수지는 적자로 빠져든지 이미 오래고 한은 예고 대로 8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한국은 일시적이나마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경상수지는 상품ㆍ서비스 무역, 배당ㆍ이자 등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지 나타내는 통계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한다는 건 한국에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다는 의미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심각한 위험 신호다.
지난 4월 경상수지가 8000억원 적자를 기록하긴 해지만 해외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그달 몰리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다. 5월 바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8월 경상수지 적자는 다르다. 주요국 경기 둔화, 원자재가 상승, 원화가치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수출입 부문에서 적자가 많이 났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전체로는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경상수지가 월별로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으로 상당 규모의 흑자 달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