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울 원전 1·2호 전경. 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가동 시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선이 강한 고준위 폐기물이 필연적으로 나온다. 이들의 처리가 적절히 이뤄져야 원전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특히 기후·에너지 위기 속에서 원전 역할이 확대되면서 고준위 폐기물 처분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내에서도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K-택소노미 안이 나올 예정이다.
방사선이 적게 나오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은 경북 경주에 있다. 하지만 1만8000t이 발생한 고준위 폐기물은 아직 처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원전 내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2031년 고리·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향후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등이 늘어나면 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1980~90년대부터 일찍 부지 선정에 나서 처분 시설 운영이 가시화된 핀란드·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에 많이 뒤진 셈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 때문에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근거를 마련하려는 특별법 제정에 가속이 붙고 있다. 현재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이 있긴 하지만, 고준위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나 해당 지역 지원 등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을 비롯해 관련 법안 3건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특별법에 담길 내용은 ▶조속한 처분장 확보와 폐기물 반출 시점 명시 ▶선정 지역 대규모 지원 ▶원전 내 저장 시 의견수렴 강화 ▶전담위원회 설치 등이다. 특정 지역을 미리 택하기보단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부지 확보 절차는 조사, 주민투표 등을 포함해 13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 중간저장, 최종처분 시설 등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학계도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6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종일 카이스트(KAIST) 교수는 “고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에서 난 사고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 부지만 확보되면 안전한 운영이 가능한 만큼 정권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경북 경주시 한국 원자력환경공단 홍보관에서 열린 '중·저준위 방폐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에 참석해 동굴처분시설과 표층처분시설 건설부지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차 고준위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부터 영구처분 시설 확보까지 37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설 운영을 서두르면 기술적으로 2050년 이전도 가능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최대 40~50년이 소요된 해외 사례와 정책 신뢰성, 주민 소통 같은 복잡한 방정식을 고려하면 추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구체적 목표 시점은 특별법 제정 후 기본계획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