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 입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에 “온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에서 정진석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출항하자 차기 당권을 향한 후보군의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3선) 의원은 18일 ‘정치 선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와 인수위원장으로서 저 안철수는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며 “제 앞에는 국민의힘을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당으로 변화시켜서 총선 압승을 이끌고 대한민국을 개혁해서 정권을 재창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그해 9월 19일 출마 선언을 했던 때로부터 10년이 흐른 걸 기념해 가진 이날 간담회에서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 성공에 가장 절박한 사람”이라거나 “(총선 압승과 정권 재창출에) 온 몸을 던지겠다”와 같은 강한 어휘를 사용하며 사실상 당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그는 “여러분들로부터 강력한 요구를 받고 있다. 어떤 역할을 맡든 주저하지 않겠다”면서도 “(전대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 여부를)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쏟아진 각종 차기 여당 대표 관련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안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전원을 수도권에서 뽑았다. 우리도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경험 많은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며 서울 노원병과 분당갑에서 3선 의원을 한 자신의 강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지난 6월 22일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와 김기현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임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개혁적인 중도·보수 정당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며 외연 확대 전략을 펴는 안 의원과 달리 또 다른 유력 당권 주자인 김기현(울산 남을·4선)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핵심 지지층을 파고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야권의 공격을 적극 방어하며 ‘김건희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생은 외면한채 ‘기승전(김건)희’에 빠져 있는 민주당의 행태가 매우 비이성적”이라며 “일국의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몰아붙이며 희희낙락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국민적 염증이 가중되고 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전날에도 “이재명 대표는 과거 자신의 조카가 여자 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후 칼과 테이프 등을 준비해 여자 친구와 그 모친을 흉기로 수십 차례나 찔러 살해한 사건에 대해 심신미약을 호소하며 1심과 2심에서 변호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카 살인사건이 다시 재조명되는 것을 우려해 이 대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신당역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면 너무나 매정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에만 빠진 사람”고 비난했다.
전날 “민주당은 갑자기 영부인이 영빈관 신축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특검을 외치고 있다”고 힐난했던 권성동(강원 강릉·4선) 원내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에 “국가 영빈관에 대한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빈관을 지금 당장 신축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2~3년은 걸릴 것이다. 윤 대통령보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며 “국정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거대 야당이 하는 일이라곤 (이재명) 당 대표 부부의 정치적 경호실 노릇과 정부에 대한 무조건 반대뿐이다. 공당이 돼서 ‘빠’와 ‘까’ 밖에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국민의힘 지역 조직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주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 등 수도권 당심을 다진 데 이어 주말 동안 부산 당협을 돌며 스킨십을 늘렸다. 30일에는 대구시당 당원 교육에 강사로 참여한다. 지난 15일에는 여당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한 모양새다. 안철수 의원은 6·1 보궐선거 당선 직후 기자단 채팅방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與 원내대표 경선은 ‘주호영 대 이용호’ 2파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새 원내대표를 뽑기로 하면서 여권에선 이른바 ‘윤심(尹心)’의 영향력도 커지는 양상이다. 당초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김학용(4선) 의원과 박대출·윤재옥·조해진(3선) 의원 등 중진급 이상의 여러 후보군이 있었으나 “용산에서 주호영 의원의 추대를 원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이들은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 19일 오전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에선 야당 시절이던 21대 국회 초대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5선) 의원과 대선 때 당에 합류한 호남 출신의 이용호(재선) 의원이 경쟁한다. 당내에선 “주호영 의원이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 의원은 지난 17일 출마 선언을 하며 “권성동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내년 4월)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기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