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경제과제로 우리 국민 세 명 중 두 명꼴로 물가안정을 꼽았다. 중앙일보가 창간 57주년을 맞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다. 집값이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 비율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조사는 지난 16~17일 한국갤럽을 통해 전국의 만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제 분야 설문에서 물가 안정을 이번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응답한 건 전체의 63.7%에 달했다. 일자리 창출(11.1%), 경제성장률 제고(10.8%), 복지확대(6.1%) 등의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물가안정이 우선이란 응답자가 성장이나 일자리 등 다른 핵심 경제 지표를 꼽은 응답자를 압도한 건 물가급등으로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들어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서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을 포함한 중앙은행들도 통화정책을 급격한 금리 상승 기조로 전환하며 당장 가계는 물가 상승과 함께 금리 압박이란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물가 안정이 우선이란 답변은 세대와 지역,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두루 높게 나타났다. 특히 여성(68.0%)에서 남성(59.3%)보다, 서울(65.8%)·수도권(66.2)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듯 청년층(18~29세)의 경우 우선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은 경우가 13.8%로 다른 세대에 비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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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비중 확대와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 등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대해선 절반 이상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핵심 국정과제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세웠고,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2.8%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3.1%로 반대(37.9%)보다 15.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다만 지지하는 정당이나 성별에 따라 찬반 여론이 크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선 85.2%가 원전 비중을 늘리는 것에 찬성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자 중에선 각각 28.1%, 42.3%만이 찬성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65.1%는 원전 비중 확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62.6%가 찬성했지만, 여성은 찬성 비율이 43.7%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총지출을 올해보다 줄이는 등 나라 살림 운영 기조를 그간의 재정 확대에서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찬성한다는 비율은 54.2%로 절반을 넘겼다. 반대는 35%로 나타났다. 다만 이 역시 정치 성향에 따라 의견이 크게 갈렸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3.4%가 재정정책 기조 전환에 찬성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찬성이 30.6%에 그쳤고, 절반이 넘는 59.5%는 반대 의사를 보였다. 최근 정부는 재정 적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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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하락세가 뚜렷해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선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응답자의 66.8%가 항후 1년간 부동산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는 전체의 15.6%, 변화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13.1%였다. 최근 수요가 줄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아직 가격이 덜 내려갔다"는 게 시장의 공감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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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집값 전망에선 세대별로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18~29세에선 하락 전망 비율이 49.2%였는데 30대와 60대 이상에선 65%가 넘었다. 40대와 50대에선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수년간 큰 폭으로 상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성인이 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는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2년 9월 16~17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3.8%이며 2022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