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률’ 개정과 ‘검수원복(원상복구)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수사권 범위를 놓고 두 기관 사이 갈등이 부각된 바 있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발까지 겹쳐 13만 경찰의 내부 불만이 커지자 신임 검찰총장이 먼저 경찰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왼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1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장보다 경찰청장 먼저 만나…"검-경 갈등 없다"
두 수사기관 수장은 신당역 살인을 계기로 경각심이 커진 스토킹 범죄에 대해 엄정수사 원칙을 확인하고, 구속수사와 피해자에 접근금지·휴대전화 연락 금지 등 잠정조치를 최대한 활용해 피해자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상견례는 검찰이 먼저 경찰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통상 검찰총장이 취임하면 법무부 장관이나 대법원장을 우선 예방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이 총장은 이날 윤 청장을 먼저 만나고, 20일 대법원장을 예방한다. 대검 관계자는 “이 총장이 차장검사로서 총장 대리를 하던 시절부터 윤 청장과 관계가 좋았다”며 “지난 7월 보이스피싱 합수단 관련 업무 협조를 할 때부터 상호 신뢰가 쌓였다”고 말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에 불만 경찰 달래기 분석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월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검찰이) 서민 착취하는 깡패 수사하고, 서민 울리는 보이스피싱 수사하고, 청소년층에도 퍼지는 마약 밀매 수사하는 것이 진짜 민생 챙기는 것”이라고 밝힌 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수사권 지키기’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한 장관이 지목한 민생 범죄들은 주로 경찰이 수사해왔기 때문이다.
윤 청장도 지난달 15일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등은 한 가족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경제적 살인”이라며 ‘국민 체감 약속 1호’으로 내세운 바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회동 이후 “이 검찰총장과 윤 경찰청장은 개정 형사법령의 시행 과정에서, 디지털 성범죄, 성폭력,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마약, 조폭 범죄 등 민생침해 범죄 대응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서도 경찰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장은 “손잡고 협력해도 부족한 여러 형사사법기관과의 관계도 제자리를 찾도록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검찰 내부에서 김진욱 공수처장과 만남 일정은 아직 검토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