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식품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날린 경고성 발언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업체들은 정부가 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한다며 불만을 표하면서도 정부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추 부총리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지금도 많은 경제 주체가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식품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 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전 정부 때 정부가 식품 업계를 불러놓고 가격 인상 자제를 부탁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경제부총리가 노골적으로 말하는 건 본 기억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식품 업체들은 원재료값도 오르고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하는 상황인 데다 대부분 업체가 이미 가격을 올려서 효과도 미미한 발언 아닌가”라며 “언제나 환율이 안정될까 매일 확인하는데 정부가 환율 관리나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추 부총리가 지금도 많은 경제 주체가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는데 업계도 경제 주체이고,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해왔는데 다른 주체인 것처럼 말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1~2년 사이에 식품 업체들이 많게는 두세 번씩 가격 인상을 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 가격 인상을 검토하던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발언이 세게 나오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요 식품가공 업체들은 가격을 이미 올렸다.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가격을 평균 11.3% 올렸다. 팔도는 다음달 1일부터 평균 9.8% 인상할 계획이다. 오뚜기는 다음 달 10일부터 라면 제품 가격을 11.0% 올린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초코파이와 포카칩 등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여기에 우유 가격 인상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이 지나면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10월 정점론’을 강조해왔으니 앞으로 가격 인상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 같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