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측정 장비가 수심 17m 해저면에 도착하자 산소 농도 수치가 모니터 장비에 찍혔다. 리터당 0.35㎎으로 ‘빈산소’ 기준인 3㎎/L에 한참 못 미쳤다. 빈산소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부족한 현상을 말하는 데, 1㎎/L 미만은 산소가 거의 없는 무산소 상태로 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진해만에서 수심별 산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장비를 바닷속으로 넣고 있다. 천권필 기자
“바닷속 생물들도 물속에서 산소로 호흡하기 때문에 산소가 없으면 살 수가 없는데요. 이렇게 산소 농도가 낮으면 물고기들은 피해 가겠지만, 이동이 힘든 게나 바닥에 사는 성게 같은 저서생물들은 폐사할 수 있어요”
빈산소를 모니터링하는 임재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가 산소 수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름철마다 ‘데드존’으로 변하는 진해만

하늘에서 본 진해만의 모습. 천권필 기자
임 박사는 “오염물이 많은 연안에서는 퇴적물에 쌓여있는 유기물이 분해하면서 많은 산소가 소모되는데, 여름철이 되면 표층과 저층의 수온 차이로 인해 해수 교환이 막히면서 표층으로부터 산소 공급이 차단돼 산소 농도가 낮아지게 된다”며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상승하면 빈산소수괴의 초기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지속 기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소 사라진 죽음의 바닷속 충격 모습

남해 진해만의 빈산소 발생 해역을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사진 김일남 인천대 교수
빈산소가 심각한 저층에서는 물고기는 물론 어떤 생명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무산소존에 사는 박테리아로 추정되는 물체들이 거미줄처럼 여기저기에 깔려 있어 마치 다른 행성을 보는 듯했다.

진해만에서 빈산소가 발생하는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1998년과 1993년, 2010년 8월 빈산소 발생 해역. 김일남 교수 연구팀 제공
김일남 교수는 “최근 30년 동안 진해만 일대에 산업화나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오염도가 많이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데드존이 빠르게 확산된다는 건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데드존이 더 확산되면 인근에서 양식하는 생물들이 집단 폐사하는 등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데드존 해역에서 온실가스가 방출되면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 조사 결과, 진해만의 빈산소가 발생하는 곳에서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유기물이 쌓인 퇴적층에서 산소가 없어지면 박테리아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메탄이 형성된다”며 “바다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온실가스가 늘어나게 되면 지구 온난화를 더 가속화하는 양의 되먹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