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같은 재판부(민사합의 51부, 부장 황정수)로부터 주호영 당시 비대위원장(현 원내대표) 직무정지 결정을 받아낸 이 전 대표 측은 이날 재판에서 “정진석 비대위도 무효”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그때와는 다르다”고 맞섰다.
이날 오전 이 재판부가 연 심문 기일은 지난달 17일과 지난 14일에 이어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이 맞붙은 3번째 가처분 심리다. 같은 재판부가 지난달 26일 주 전 위원장 직무정지를 결정해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무너지자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전국위를 열고 당헌을 개정해 비대위 설치 요건을 바꿨다. 개정 당헌엔 비대위 설치 요건으로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 전원 찬성 등이 열거됐다. 같은 날 주 전 위원장과 당시 비대위원 8명이 사퇴했고, 국민의힘은 8일 다시 전국위를 열어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국민의힘 상대 낸 가처분 심문 기일에 출석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다들 정신 차리고 이준석 잡기가 아니라 물가 잡기, 환율 잡기에 좀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뉴스1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전국위 당헌 개정 의결 효력 정지(9월1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직무정지(9월8일) ▶정진석 체제 비대위 위원 직무정지(9월15일) 가처분 신청을 각각 냈고, 이날 재판에선 정 위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여부가 주된 전선이었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은 같은 재판부가 지난달 26일 주 전 위원장 직무정지를 결정하고 지난 16일 이에 불복해 주 전 위원장이 신청한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리인은 “법원 결정들을 살펴보면 주호영 (당시) 위원장과 그의 비대위원 임명, 이에 따른 비대위 설치는 무효라는 취지”라며 “(기존) 최고위원회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수 없단 판단으로, 당연히 (새 비대위가 아닌) 최고위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측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정 위원장과 당 윤리위원이었던 유상범 의원이 나누다 카메라에 포착된 문자메시지도 끄집어냈다. 당시 정 위원장이 “중징계 중 해당 행위 경고해야지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자 유 의원이 “성 상납 부분 기소가 되면 함께 올려 제명해야죠”라고 답장하는 내용이었다. 대리인은 “비대위 설치는 비상상황 때문인 게 아니고, (이준석) 당대표 축출이라는 불법적 목적이라는 게 입증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주호영 체제 비대위원들이 지난 5일 일괄 사퇴한 점도 거론했다. 대리인은 “전국위 (당헌 개정) 의결 후 주 전 위원장 등은 일신상 사유를 들며 순식간에 다 사퇴했다”며 “정진석 비대위를 위해 임의로 비상상황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낸 직무정지 관련 가처분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서울남부지법에 온 모습. 전 비대위원은 "(직무정지 가처분이) 인용된다는 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왼쪽은 김종혁 비대위원. 뉴스1
국민의힘 변호인은 주 전 위원장 직무정지 결정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국민의힘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며 “최고위로 복귀할지 당헌·당규를 정비해 새 비대위로 갈지는 당이 정치적 선택을 해서 (새 비대위 체제로) 당론이 정해진 것이다. 정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라며 “그 과정과 절차, 내용이 현저히 정의에 어긋나거나 잘못되지 않았으면 (이준석 측)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체제 비대위원 일괄 사퇴에 대한 이 전 대표 측 지적엔 “일신상 사유라는 건 관용적 표현에 불과하다”며 “공직이든 일반 회사원이든 다 그렇게 표현을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도 출석한 이 전 대표는 “재판부가 명쾌한 결정문을 썼음에도 못 알아듣는 척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발 좀 알아들으라고 주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주호영 직무정지) 결정을 존중하고, 당대표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 당헌을 구체화했다”고 했고, 김종혁 비대위원은 “(주호영) 직무정지 이후 절차적 합법성을 갖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측에 이번 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 뒤 심문을 종결했다. 서울남부지법 관계자는 “(가처분) 결정은 다음 주 이후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