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NG 저장용 탱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6일(현지시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는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 첫 주 배럴당 127달러였던 국제 휘발유 가격도 9월 셋째 주 91달러까지 떨어졌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152.8달러에서 123.7달러로 내려갔다.
미국 금리 인상 등 강(强)달러 기조 속에 글로벌 경기 침체,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보통 유가는 달러 가치와 반비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달러가 힘을 쓸수록 시세 하락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시세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상반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1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한 차량이 휘발유를 주유하고 있다. 뉴스1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국제 가스값 추이는 심상치 않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세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00만Btu(열량단위)당 10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엔 55달러를 찍으면서 5배를 넘겼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로 유럽 '난방 대란' 위기가 커지면서 일찌감치 각국의 물량 조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에서 발생한 폭발로 유럽의 가스 선물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LNG 수입국인 호주도 수출 제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내년 자국 내 천연가스 공급량 부족에 대비해 수출 제한, 내수 물량 확보 등의 조치를 정부에 권고했다. 향후 중국까지 난방 등을 위한 LNG 물량 확보에 뛰어들면 가격이 더 뛸 위험이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유가와 가스 가격은 연동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같은 '디커플링'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쟁 후 러시아산 원유가 꾸준히 수출돼 석유제품 물량이 안정된 반면,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은 막힌 게 가장 크게 작용했다"라고 밝혔다.

19일 서울 시내 주택가의 가스 계량기와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국내 LNG 가격은 쉽게 안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로 자동차 등 수송용으로 쓰이는 원유와 달리 가스는 전력 발전과 난방에 투입되기 때문에 겨울철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두 에너지원의 엇갈린 가격 곡선이 오랫동안 이어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유승훈 교수는 "석유도 난방 연료로 일부 쓰기 때문에 11월부터 유가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증산이 쉽고 경기 침체, 강달러 영향도 커서 내년 봄까지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반면 "가스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크고 각국의 확보 경쟁이 치열한데 LNG 공급 시설은 부족해 혹여 전쟁이 끝나더라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이다. 현재로썬 에너지 위기가 곧 가스 위기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