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현 킨텍스 사장)가 구속전 피의자 심문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로부터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특히 대북 사업을 고리로 한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의 유착관계 전반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쌍방울은 2018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실적이 부진했는데, 이후 이 전 부지사가 추진한 남북교류 협력사업의 수혜주로 부상한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전환사채(CB)를 인수해 영업 부진을 방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나노스 CB 주당 100원, 200억 매입…평가액 2248억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9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7년 쌍방울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127억 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중국 베이징, 상하이법인과 지린공장 등에서 적자가 나는 등 본 사업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쌍방울은 그러나 그해 총 14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016년 138억2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딛고 흑자 전환했다. 2017년 2월 나노스로부터 인수한 200억원의 CB 평가액을 통해 2200여억원이란 막대한 영업외 이익을 나타낸 게 주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2017년 말 쌍방울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약 2248억원의 ‘파생금융자산평가이익’ 항목이 잡혀있다. 당시 쌍방울이 사들인 나노스 CB의 주식 전환가액이 1주당 100원(총 2억주)이고, 2017년 마지막 거래일 나노스 주가가 2325원(이하 종가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파생상품 자산은 약 4450억원이다. 다만 쌍방울이 위험 헷지 차원에서 CB 50% 규모 풋옵션을 제우스1호 투자조합에 팔면서 최종 평가익이 2248억원으로 잡혔다. CB 평가액이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을 끌어낸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나노스=南北경협주 부상…“대북 광물 협력” 띄운 이화영
이처럼 쌍방울 경영 수지가 나노스 주가에 의지하고 있던 시점, 2017년 3월~2018년 6월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낸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경기도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경기 고양시), 2019년 7월 제2회 대회(필리핀)를 추진하는 등 대북 교류 행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이 시기는 경기도와 행사를 공동주최한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 모 회장의 나노스 사내이사 재임 시기와 일부 겹치기도 한다.
나노스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2019년 1월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안 전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나노스의 사업 목적엔 광산개발·해외자원 개발업이 추가된다. 이 무렵인 2019년 1월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한 다른 사단법인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가 북한 광물자원 개발포럼을 개최하는 등 남북 광물자원 협력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나노스 주식도 남북경협주로 분류된다.
쌍방울, '北 희토류 광산 개발' 소재로 최소 1600억 이득

지난4월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뉴스1.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실질심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무렵인 2019년 5월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대남 민간부문 경제협력을 전담하는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관계자를 접촉, 북한 희토류 주요 매장지인 단천 특구 광물자원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약정하고 합의서를 쓴 정황도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19년 5월 22일엔 쌍방울 자체 주식도 1225원으로 전날(944원)보다 29.8% 급등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쌍방울은 이 같은 이벤트를 거치며 2019년 12월, 2020년 1월, 2022년 1월 총 3차례에 걸쳐 나노스 CB의 주식 전환청구를 했다. 청구 시기 주가와 전환가액(456원), 주식 수를 고려하면 각 시기 쌍방울은 약 1558억원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액(200억원)의 약 7.8배다.
이화영, 나노스株 1억 차명보유 정황도
검찰은 이 외에도 이 전 부지사가 보좌관을 지낸 문 모 씨의 이름으로 나노스 지분 1억원을 차명 보유한 정황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나노스의 CB를 인수하며 50% 규모 풋옵션을 판 제우스1호투자조합에 김성태 전 회장과 그 측근, 그리고 문 모씨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의자(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주가 부양에 대한 막강한 직무 권한을 갖고 있다”며 “불법 차명계좌, 비자금 조성 관련 수익, 또 다른 뇌물 수수 등 범죄 혐의가 상당하기 때문에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