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오세아니아 국가들도 비슷하다. 모두 섬나라들이고 호주와 뉴질랜드 정도를 빼면 천혜의 절경을 활용해 관광만으로 먹고 사는 소국들이다. 군사적 위협국도 없다. 그렇다 보니 인구 10만 명 당 군인 수는 0.6명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군인이 적은 지역이다. 만약 무력 분쟁이 생긴다면 미 해군이 직간접 개입할 것이다. 일본과 태평양 전쟁을 치렀던 미국은 태평양 지역의 주도권 확보가 세계 패권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관건인지 피 흘리며 깨달았다.
이런 미국에 진주만 공습처럼 허를 찔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4월 솔로몬제도가 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 해군의 파견을 받는다는 안보 협정을 중국과 체결한 것이다. 협정엔 함정 파견뿐만 아니라 무장경찰과 병력 지원까지 포함돼 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 현지에서 물류 보급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국방을 중국에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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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곧바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 대표단을 솔로몬제도와 피지, 파푸아뉴기니에 급파했다. 29년 만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키로 하고(그 사이엔 주호주 미국대사관이 업무를 대행했다) 중국이 아닌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이 더 이득임을 열심히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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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맹국들을 끌어들였다. 6월 호주, 뉴질랜드, 일본, 영국과 함께 ‘푸른 태평양 파트너(PBP)’라는 연맹체를 구성했다. 미국 중심 연합 세력이 태평양 지역의 번영, 변화 대응능력과 안전을 도모하자는 목적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국과 프랑스, 독일도 참여를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우선 옵서버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7월엔 카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태평양도서국가포럼(PIF)에 참석해 ‘미국·태평양 도서국가 전략’을 선포했다. PIF에 미국 특사를 파견하고 10년간 매년 6000만 달러를 지원하며 ‘경제협조협정’을 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세가 미국의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PIF에서는 지난해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도서국가들의 한 축인 미크로네시아 국가들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중 키리바시는 지난 7월 영구 탈퇴했다. PIF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서방 중심의 결사체라고 중국은 보고 있다.
솔로몬제도는 8월 불법 어업 단속을 위해 상시 남태평양 해역을 순찰하던 미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의 기항을 거부했다. 미 해군은 솔로몬제도 방문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총리는 그달 자국에서 열린 과달카날 전투 80주년 기념행사에 불참했다. 또 중국과 비밀안전협정을 체결했고 중국 기업 화웨이를 휴대폰 기지국 건설 입찰에 참여시켰다.
![솔로몬제도의 어업활동,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출처 셔터스톡]](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11/25/401a6b4f-241e-411a-b61c-3259eb071f6c.jpg)
솔로몬제도의 어업활동,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출처 셔터스톡]
2017년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전략을 선포했듯 태평양은 미국 패권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중요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던 태평양에서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항공모함들을 건조하며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었다. 세계라는 바둑판을 두고 두 나라가 펼치는 집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관광 낙원으로만 알려졌던 남태평양 국가들의 전략적 가치는 치솟을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