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의 해가 힘차게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뒤로하고 설렘으로 맞이하는 새해에는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항저우아시안게임이 9월 열리고, 종목별로는 굵직한 세계선수권이 차례로 개막한다.
이를 위해 태극마크를 품은 육상, 체조, 유도, 펜싱, 조정, 빙상 등 국가대표 170여 명은 겨울방학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길거리의 흥겨운 크리스마스 캐롤 대신 힘찬 함성만이 가득했던 진천선수촌을 지난달 27일 찾았다.
◆강추위 비웃는 새벽 구보
전날 내린 눈으로 가득한 대운동장이 새벽 6시부터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잠에서 깨지 않은 눈치이지만, 선수들은 눈을 비비며 모여든 실내훈련장으로 모여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20분간의 워밍업 체조. 빠른 템포의 음악이 움츠리던 몸을 깨우는 시간이다.
어느새 졸음을 쫓아낸 선수들은 바로 옆 대운동장으로 줄을 지어 헤쳐 모인다. 따뜻한 실내 체조가 금세 그리워질 만큼 바깥 날씨가 쌀쌀하지만, 누구도 불평을 토로하는 이는 없다. 대신 한기가 가득한 트랙을 돌며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열을 끌어올린다.
겨울철 진천선수촌을 상징하는 상의 탈의 구보. “악” 소리가 절로 나오는 날씨지만, 중도 포기는 없다. 온 몸에서 하얀 김이 솟구쳐 오르지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러닝 훈련이 마무리된다.
◆밧줄 타기부터 섀도우 복싱까지
대운동장에서 뜀박질을 마치니 어느덧 하늘 저편에서 새빨간 동이 타오른다. 선수들 모두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본격적인 몸풀기는 지금부터다. 종목별로 흩어져 각자 필요한 기초 훈련을 시작한다.
먼저 복싱 선수들은 방금 전 아침 체조를 진행했던 실내훈련장으로 돌아와 섀도우 복싱을 실시한다. 입으로 거친 숨을 내쉬면서 가상의 적을 상대로 연신 팔을 휘두른다. 옆에선 코칭스태프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보완해야 할 부분을 꼬집는다.
유도 선수들의 시그니처 훈련도 빠질 수 없다. 밧줄 타기. 두 손에만 의지해 3층 높이의 밧줄을 전광석화의 속도로 오른다. 같은 시각, 다른 한편에선 무게 수십, 수백 ㎏의 벤치프레스가 쉴 새 없이 요동친다.
한 시간 넘는 훈련이 끝난 뒤 잠시 숨을 돌리던 국가대표 선수들을 만났다. 모두가 각자의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면서도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각오를 잊지 않았다. ‘체조 요정’ 여서정(21)은 “2022년에는 부상이 많았고,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회복됐다”면서 “도쿄올림픽이 끝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새해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유도 남자 –66㎏ 금메달을 차지했던 안바울(29)은 “지난해 열려야 했던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이번에도 개최 여부를 놓고 말이 많지만, 우리는 대회가 열린다는 생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 목표는 당연히 2연패다. 물론 부담이 있지만, 이를 최대한 내려놓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모든 새벽 훈련이 끝나자 어느덧 진천선수촌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은 식당으로 다시 모여 꿀맛 같은 아침식사를 마쳤다. 진천선수촌의 겨울은 이처럼 어느 때보다 뜨겁게, 또 누구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