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밖에도 법인세·종부세 감면 등 세수 감소 요인이 줄줄이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등 영향으로 올해 4000억원, 내년부터 매년 3조3000억원씩 줄어든다. 종부세는 다주택자 중과 폐지 등 대책에 따라 올해 9000억원, 내년부터 매년 1조3000억원씩 감소한다. 국세를 매년 400조 안팎 걷는 만큼 반도체·법인세·종부세 감면만 따져도 내년부터 세수의 2%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2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세수 감소액은 64조4000억원(연평균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법인세ㆍ종부세뿐 아니라 소득세(-19조4000억원), 증권거래세(-10조9000억원) 등 주요 세수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국회 논의가 남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분은 빠졌다.
정부는 낙관론에 기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대규모 감세로 민생안정을 꾀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올해 경제 정책의 핵심”이라며 “기업의 투자 확대로 매출은 물론 수출·일자리가 늘면 세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수 감면으로 일명 ‘낙수 효과(Trickle Down)’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낙수 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이 투자·소비를 늘리면 경제가 성장해 결과적으로 저소득층도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세수 여건이 악화일로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이 잔뜩 움츠러든 데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로 돌아섰다. 당장 한국 경제 대들보인 반도체 업계부터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2017~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6%에서 46.9%로 급증했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낙수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재정 부담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수는 주는데, 복지 예산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세수 펑크’ 우려에 대해 정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재정준칙(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를 3% 이내로 제한) 법제화”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1년 예산 중 절반은 법으로 지출 의무를 정한 예산이고 나머지 예산의 30%도 인건비·국방비처럼 삭감하기 어렵다”며 “세수 감소 여건에서 지출과 제도만 손질해 튼튼한 재정을 만들겠다는 주장은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물가·고환율·저성장의 복합 경제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인 만큼 전체적인 감세 기조는 맞지만, 부가가치세나 고소득층 소득세 등 증세도 추진해야 한다”며 “연금·노동·교육 개혁도 동력을 잃기 전에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세 혜택이 정부 기대처럼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증가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