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실련, 참여연대, 흥사단,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정상회담 외교 참사를 규탄하고, 윤석열 정부 외교 라인 전면 교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계기교육은 교육과정에 없는 사회적 현안이나 기념일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교육 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교사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학생의 이해가 필요한 경우 계기교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개인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교육계에선 논쟁의 대상이 돼왔다.
진보 교육계 “학생들 진실 무엇인지 판단하게 할 것”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가 제작한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대한 한국사 학습지. 독자 제공
전역모는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연수를 진행하는 등 자체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한 역사교사가 공유한 수업 자료에는 학생들이 강제징용 피해 해법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내가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 양금덕 할머니라면?’,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요?’ 등의 질문이 포함돼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논쟁 상황에서 사실과 진실이 무엇인지, 국가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민주주의 사회의 주체적 시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기교육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교사로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학가에서도 허은 한국사학과 교수 등 고려대 교수 84명이 정부의 해법에 반대하며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文정부 계기교육 활발했지만…선 긋는 교육청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허은 교수가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에 학습자료를 배포했던 시·도교육청은 정권이 바뀌자 계기교육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기념일에 대한 계기교육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세에 대해서는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배상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교육청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요청으로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하도록 하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지만 정부 해법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종교육청은 “삼일절 기념 계기교육으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학교에 홍보했지만 배상안 발표 이후가 아니라 원래 하던 것”이라고 했다.
“교사 자율에 맡겨야” vs “교육과정에 충실해야”
계기교육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심의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아이들이 신고하지 않는 한 교사의 발언을 막을 수 없다”며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 내에서 심의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