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공실인 상가 앞으로 관광객이 지나가는 모습. 뉴스1
임대 아파트, 오피스 빌딩과 같은 CRE 시장은 Fed의 긴축 기조와 맞물려 이미 경고등이 커진 상태다. CRE는 단독 주택 등 주거용 부동산보다 대출 비중이 높아 고금리에 취약해서다. 재택근무 확산도 악재다. 상주 근무자가 줄면 기업이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서 빠져 나오며 오피스 수요가 감소한다. 이는 사무실 공실률 증가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내 주요 25개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일제히 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사무실 공실률은 2019년 4분기 약 5%에서 지난해 4분기 19%로 뛰었다.
미 CRE 시장 대출의 70%를 중소은행이 차지한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실리콘뱅크은행(SVB)·시그니처은행 사태를 본 중소 은행이 CRE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줄이고 차환도 꺼릴 수 있어서다. Fed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은행의 약 3분의 2가 건설·토지개발과 관련한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JP모건의 총 신 애널리스트는 “중소 은행의 CRE 대출 축소는 전체 대출 규모를 줄게 해 제2·제3의 신용경색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중소 은행의 CRE 집중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중소 은행이 겪는 문제들과 견줄 만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 수준을 100으로 정했을 때 지난해 말 익스포저 규모를 환산하면 여신전문금융사 432.6, 저축은행 249.8, 보험사 204.8, 증권사 167이다. 5년 전보다 익스포저 규모가 각각 4.33배, 2.5배. 2.05배, 1.67배 불었다는 뜻이다.
연체율도 오름세다. 증권사 PF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여신전문금융사(0.5→1.1%), 저축은행(1.2→2.4%), 보험사(0.1→0.4%)의 연체율도 늘었다.
시중은행 부동산 PF는 연체율이 0%대로 낮긴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4조6645억원에 이른다. 2020년 말(9조2532억) 대비 58.5% 늘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쏠림이 생기거나 일시에 리스크가 발생해 특정 기업이나 건설사의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도록 리스크 분산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