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윤덕민 주 일본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일 관계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안보 중시 우익 달라져"
윤 대사는 기시다 총리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과 관련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대목 자체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한 건 그걸 '지키지 않던 관계'를 '지키는 관계'로 복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본인이 정상회담 이후 주일한국대사관 직원들을 불러 "한국이 일본을 도덕적 우위에서 대하던 시대를 벗어나 우리가 더 당당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윤 대사는 한·일 협력 필요성에 대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찬부(찬성과 불찬성)을 묻는 결의안 98%에서 한·일의 의견이 같다"며 "역사 문제는 싸워왔지만, 양국 간 전략적 이해관계는 일치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는 모습.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를 피하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사죄와 반성을 얘기하지 않는 것은 아쉽지만, 일본의 국민성은 우리와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는 잘못한 사람은 계속해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고멘나사이'(ごめんなさい·미안합니다)라고 말한 다음에 '미즈니 나가스(水に流す·물에 흘려보내다)'라고 생각한다"며 "한 번 사과하면 다시 하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왜곡 교과서 검정 결과 임박
일본 문부과학성은 매년 3월 초·중·고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차례다. 지난 6일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일 관계가 훈풍을 탄 가운데 여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겠고, 지난 10여년간 표명했던 입장이 되풀이되는 것이라면 전례에 비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발표되는 내용을 봐야겠지만, 일희일비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왜곡된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유감 표명, 시정 요구,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 초치 등으로 맞대응해왔다.

지난해 3월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된 모습. 연합뉴스.
박진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공관장회의 개회사에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력에 걸맞은 윤석열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고 우리의 주도적인 해결 방안"이라며 "자유,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미래 지향적인 파트너십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의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 등 국제 무대에서 우리의 역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 상시화 속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완전 정상화는 한·일, 한·미·일 안보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