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대만에서 출국 전 손을 흔들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려는 대만의 의지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며, 이번 순방을 통해 대만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킬 것이란 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은 최근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등 자국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영국 소아스(SOAS) 대학의 대만연구센터 다피드 펠 소장은 "그는 대만이 수교국은 잃었을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은 어떤 때보다 크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도발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지난 24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차이 총통의 방미는 '중미를 방문하며 미국을 경유하는' 기존 관행에서 바뀐 게 없지만, 미·중간 높아진 긴장감을 고려해 통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구 외신들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과의 만남이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아니라고 전하고 있다.

29일 중국 난징대학살기념관을 찾은 마잉주 전 대만 총통. AFP=연합뉴스
차이 총통과 마 전 총통은 모두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지만, 각각 집권 민진당과 제1야당인 국민당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마 전 총통은 친중 성향으로 2008~2016년 집권 당시 중국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중국은 내년 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아닌 친중국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하도록 하기 위해 최근 이 당에 부쩍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WSJ은 "만약 차이 총통이 이번 순방길에서 중국의 보복을 부르지 않고도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집권 민진당이 내년 선거에 승리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만 일각에선 차이 총통이 순방 중에 작은 실수라도 할 경우 중국을 자극하고 미국에는 더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