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동여지도 환수 언론 공개회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 등 참석자들이 대동여지도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목록 1첩(帖·묶어 놓은 책), 지도 22첩 등 총 23첩으로 구성된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30일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를 일본에서 환수했다고 밝혔다.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1861년과 1864년에 만든 22첩의 병풍식 지도다. 당시 초판과 재판의 간행 부수는 확실하지 않으나 현재 30여 점이 넘는 판본이 국내외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총 22개의 조각으로 구성돼 병풍처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이 지도는 전체를 활짝 열어 놓으면 그 크기가 가로 4m, 세로 약 7m에 달한다.
이번에 환수된 유물은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동여도의 지리 정보를 베껴 넣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외에서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합친 형태의 지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목판으로 찍어내는 대동여지도와 달리 동여도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그린 필사본(筆寫本) 지도다. 동여도에는 조선 시대의 교통로, 군사 시설 등의 지리 정보와 약 1만8000개의 지명이 담겨 있다. 한반도의 윤곽, 도로망 등이 대동여지도와 비슷해 학계에서는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전 동여도를 만들었다고 추정한다.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 각종 지리 정보를 더한 새로운 지도가 국내로 돌아왔다. 사진은 환수한 '대동여지도' 모습. 2023.3.30 사진 화재청
고위 관료, 무역상이 썼을 것으로 추정
대동여지도 위에 추가로 지리 정보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동여지도는 목판본이라는 한계 때문에 많은 지명이 생략돼 있는데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동여지도 목판본에 동여도의 지리 정보를 필사해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동여지도에는 지명 1만1000개, 동여도에는 지명 1만8000개가 담겨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무역 상인 등이 썼으리라 추정된다는 자문단의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견된 지도에는 조선 국경에 위치한 백두산정계비와 주요 군사 시설 간의 거리가 표기돼 있다. 울릉도 일대가 묘사된 14첩에는 울릉도행 배가 떠나는 위치가 적혀있다. 모두 기존 대동여지도 판본에는 없는 내용이다.
문화재청은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합친 지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조선의 지도 제작 기술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연구 자료"라며 "대동여지도가 보급되면서 변화된 형태로 추정된다"고 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7월 일본의 한 고서점이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자료 검토, 전문가 평가 등을 거쳐 복권기금으로 지도를 샀다.
발견된 지도의 일반 공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고궁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한 뒤 추후 전시 일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