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천화동인 4호의 이사이자 대장동 일당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의 측근으로, 2021년 4~8월 남 변호사 대신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에게 네 차례에 걸쳐 현금 8억47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씨가 작성한 메모인 ‘리 리스트’엔 돈이 오간 대략적인 시기와 액수 등이 적혔다. 정민용씨는 지난 21일 이 사건 5차 공판에서 “(2021년 4월 무렵) 이씨가 1억원을 줄 때 ‘형님, 이게 약입니다’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줬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씨 “리스트 썼다 지웠다…고심해 기억”

남욱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리스트 작성 당시 정민용씨나 현금을 조달해준 업체 측과 논의해가며 금액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2021년 4월 무렵) 정민용 실장이 사무실에 방문했다”며 “금고를 열어 현금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꺼내 줬다. 특이하게 기억나는 건 1억원이 정확하게 들어가는 박스다. 정민용씨가 ‘신기하다. 1억이 딱 들어간다’고 했다”고 기억해냈다. 그는 정민용씨가 사무실에 오후 7시 이후에 왔던 것 같다며 “(정민용 전 실장이) 저랑 만날 때 운동하고 만나야 한다는 멘트가 있었다”며 “운동시간을 맞춰 저와 약속을 잡은 게 짜증나서 정확히 기억한다”고 했다.
구체적 날짜 특정은 못해…“매달 말일쯤 요청”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가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 변호인은 이씨가 검찰 조사 당시 2021년 4월에 현금 1억원을 ‘타이틀리스트 쇼핑백’에 담아 전달했다고 했다가 법정에선 침향원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진술을 바꾼 것을 두고 신빙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씨는 “검찰조사 당시 당황도 많이 하고, 기억을 떠올리는데 오류가 있던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인신문 말미에 “관여된 것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 차후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이씨에 대해선 불기소 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경우 대장동 사업의 전체구조를 몰랐고, 민간업자들의 불법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한다는 의사가 부족했다”며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