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지난 18~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한 가운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FT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공동으로 북한까지 석유가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그 결과 북한의 석유 밀반입 과정에 삼합회의 지파인 14K 삼합회가 연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삼합회 연계 유조선, 20회 이상 북한행

삼합회와 연계된 것으로 지목된 홍콩 석유 무역상 게리 토가 소유하고 있는 유조선 유니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니카가 대만해협과 북한 영해를 오가며 북한에 석유를 불법으로 반입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마린트래픽 캡처
유니카는 사실상 14K 삼합회의 지휘를 받는 선박이란 의심을 받는다. 이 배의 소유주인 홍콩 석유 무역상 게리 토가 14K 삼합회와 깊이 관여돼 있기 때문이다. FT는 “토는 ‘마카오 도박왕’으로 불린 앨빈 차우(중국명 저우줘화·周焯華) 선시티 창업자와 비즈니스 파트너인데 차우는 14K의 리더”라며 “토가 운영한 금 관련 회사의 임원 한 명도 14K 삼합회 조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14K 삼합회는 삼합회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폭력 조직으로 알려졌다. ‘부러진 이빨’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목 완콕코이(尹國駒)는 지난 1998년 5월 마카오판 ‘범죄와의 전쟁’ 과정이라 불린 대대적인 폭력 조직 단속 과정에서 체포됐다 2012년 출소했다. FT는 “미국 당국은 차우를 완콕코이의 후계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마카오 도박왕 앨빈 차우, 北 밀수 네트워크 핵심”

선시티그룹 창업자 앨빈 차우와 홍콩 석유무역상 개리 토가 선시티 그룹 관련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사진 FTㆍ선시티그룹 페이스북 캡처
지난 2021년 11월 중국 본토를 대상으로 원정 도박과 온라인 도박을 알선한 혐의 등으로 체포된 뒤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18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FT와 RUSI는 “(이번 조사를 통해) 동아시아 전역에서 기업과 개인 등이 북한과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100개 이상의 회사와 부동산, 선박, 개인 등을 확인했다”며 “이 네트워크의 핵심 인물이 차우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삼합회가 북한과의 석유 밀수 네트워크를 형성한 건 지난 2017년 12월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다. 안보리는 당시 북한의 정제유 수입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휴 그리피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조정관은 FT에 “안보리 제재 이후 국제 감시가 강화되면서 단순 밀수 조직들이 무너졌다”며 “이에 정교한 형태의 밀수 능력을 갖춘 다국적 범죄조직이 북한의 밀반입 핵심 네트워크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FT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의 한 자회사가 마카오의 한 사업가로부터 수천만 달러 상당의 석유를 사들였다”며 해당 사업가 역시 차우 및 삼합회와 연계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FT가 지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이뤄진 대북 석유 이동 경로를 추적한 결과 유니카호를 통해 북한으로 석유를 밀반입하는 패턴은 이랬다. 현지 당국의 감시나 제재를 받지 않는 ‘깨끗한 선박’을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타이중 항구에 정박시켜 정제유를 싣는다. 이후 해당 선박은 대만해협에서 해당 정제유를 중개 선박으로 옮긴다.

위성촬영 업체 에어버스가 지난해 3월 22일 촬영한 북한 남포항의 모습. 항구에 도착한 유조선에서 석유를 실은 유조차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FTㆍ에어버스 캡처
“日야쿠자도…北, 국제 범죄 네트워크로 핵 능력 키워”
FT는 “북한은 삼합회뿐 아니라 일본 야쿠자와 같은 외국 조직범죄 집단을 통한 해외 물품 조달 활동에 의존하고 있다”며 “(삼합회와 야쿠자 같은) 노련한 범죄자들은 북한에 세계적인 밀수, 유통 및 자금 세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RUSI는 “북한이 삼합회와 같은 국제 범죄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재를 피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북한이 핵전쟁으로 세계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