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재 1000개가 넘는 저장 탱크에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성 원전의 삼중수소 누출과 관련해서도 이런 주장이 제기된 바 있는데, 이번 주장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처리수)를 바다로 방류하려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국제적으로도 시선을 끌 전망이다.
현재 후쿠시마에 1000개 이상의 저장 탱크가 있고, 그 속에 1200조 베크렐(Bq)이 넘는 삼중수소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 생물학과의 티머시 무쏘 교수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중수소의 위험성에 관해 설명했다.
세슘-137보다 2~6배 위험할 수도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생물학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그린피스 해외 전문가 초청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의 생물학적 영향연구를 발표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뉴스1
무쏘 교수는 "삼중수소는 저(低)에너지여서 외부에서는 피부도 투과하지 못하지만, 생물 체내에 들어가면 고(高)에너지 감마선보다 두 배 이상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삼중수소 원자는 보통의 수소 원자 대신 물 분자에 편입될 수 있고, 체내로도 쉽게 들어올 수 있다.
그는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순간적으로 DNA나 세포에 영향을 미치면서 곧바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투과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삼중수소의 베타선은 세포조직이나 장기 내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집중적인 내부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등에 손상을 미치는 정도를 보여주는 생물학적 효과비(Relative Biological Effectiveness, RBE)가 세슘-137의 2~6배라는 점이 여러 문헌에서 확인된다는 것이다.
먹이사슬 거치며 농축되면 더 위험

27일 기자회견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원자력 전문가가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중수소가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점점 더 농도가 높아지는 생물농축 현상이 일어날 경우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쏘 교수는 "(자신이 참여한 연구를 통해) 초르노빌(체르노빌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원전 사고 지역의 떠돌이 개에게서 주변의 다른 지역 개들과는 전혀 다른 유전 정보가 확인됐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에도 주변 생태계에서 많은 생물의 유전 정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무쏘 교수는 "도쿄전력이 다핵종처리설비(ALPS)로 처리하고 다시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수를 도다리·전복·해초 3종을 키우면서 생물학적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폐사 여부와 발육 상태, 삼중수소 농도만 살펴보는 현재 방식은 보여주기식 연구에 불과하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2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다로 옮기는 펌프 시설을 공개했다. 도쿄전력을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후 이르면 올해 봄에 원전 앞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다.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으나 삼중수소(트리튬)는 걸러지지 않는다. 미량이기는 하지만 탄소14 등의 핵종도 ALPS로 처리한 물에 남는다. 연합뉴스
평상시 원전에서도 삼중수소 배출

한울원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연합뉴스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삼중수소의 영향을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의 경우 연간 230조 베크렐 정도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방류하고 있다.
온배수에 희석한 상태로 바다로 내보내고 있지만, 양으로만 보면 국내 원전에서 방류하는 삼중수소를 5~6년 모으면 후쿠시마에 저장한 삼중수소 1200조 베크렐과 맞먹는다.

티머시 무쏘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대학 교수. 그린피스 제공
쉽게 말해 원전에서 온배수를 배출하는 방류구 근처의 좁은 범위 내에서는 삼중수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쏘 교수는 "이번 논문은 '종합 환경 과학(Science of Total Environment)' 국제 저널에 실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류 반대 의견 도쿄전력에 전달"

민주노총,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한·미 당국의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장 캠페이너는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사선 영향 평가와 그에 대한 검증 조치는 국제해양법이 강조하는 '사전 예방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제해양재판소를 통해 방류 계획 중단과 같은 강제적 잠정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한국과 일본, 태평양 도서국 시민들의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모아 각국 정부와 도쿄전력 등에 전달하는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를 비롯한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4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은 일본 바다에서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메시지를 들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최예용 부위원장. 뉴스1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