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서 4년 4개월 만에 발생…증평으로 확산
구제역 발생 농가 맞은편에서 소 70여 마리를 기르는 한모(67)씨는 “아직 구제역 증상을 보이는 소가 없지만, 코앞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초비상 상태”라며 “농가 대부분 백신 접종도 꼬박꼬박하고, 다른 농장 방문도 자제했는데도 발생해 허탈하다”고 했다.
이 마을 곳곳에는 도로 주변으로 중소규모 축사가 많았다. 충북도에 따르면 증평 구제역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는 농장 173곳에서 소·돼지 등 3만1400마리 정도 기르고 있다. 주민 박모(68)씨는 “마을 입구부터 안쪽까지 도로를 따라 축사가 죽 늘어서 있는 형태라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며 “몇 해 전에도 구제역이 발생해 아랫동네 소가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같은 일이 또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청주 북이·증평 도안 ‘다닥다닥’ 축사 밀집
국내에 구제역이 발생한 건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여 만이다. 증평군 도안면 경계에 있는 청주시 북이면 농장 3곳에서 지난 10일 처음 발생했다. 지난 11일 1곳에 이어 12일 1곳이 추가돼 청주에서만 발생 농장이 5곳으로 늘었다.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농장 5곳 한우 545마리를 매몰 처분했다. 북이면 발생지 반경 3㎞ 안 방역 대에는 232 농가가 한우 등 4만48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청주 구제역 최초 발생 농가와 도안면 축사는 12.7㎞ 떨어져 있다.
이날 찾은 청주 북이면 마을은 적막감이 흘렀다. 농장 입구에 생석회가 뿌려져 있고, 소독약을 뿌리는 방역 차량이 농장을 돌고 있었다. 통제초소에서 만난 청주시청 관계자는 “빚을 내 축사를 짓고 한우를 입식한 60대 농장주가 구제역 발생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을 봤다”며 “축사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추가 발생을 우려한 농장주가 예민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북이면엔 축사 한 곳에서 200여 마리 이상 키우는 농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베트남 등 동남아 발생 바이러스와 유사
농림축산검역본부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분석결과 청주 한우농장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는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상동성을 보였다. 상동성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의 유사한 성질을 의미한다.
청주 구제역 바이러스는 2019~2020년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분리주와 매우 높은 상동성(98.8%)을 보였다. 반면 2017년과 2019년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유전형은 같지만, 상동성(94.7~96.3%)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구제역이 확산됨에 따라 각종 행사 등도 취소되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에도 중단되지 않았던 경북 청도소싸움 경기가 이번에 중단됐다. 청도소싸움 경기 운영자인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지난 주말(13~14일) 소싸움 경기를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