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1월 14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화 가치는 올해 2월 1220원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최근 들어 다시 1300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원화 약세의 원인은 ‘킹 달러’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였고, 다른 통화는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원화 약세는 수출 부진과 이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1일까지의 무역 적자 누적 규모는 295억4800만 달러에 이른다. 연간 사상 최대 적자 폭을 기록했던 지난해 전체 무역 적자 규모(478억 달러)의 62% 수준이다. 무역적자는 달러 유출을 의미해 달러당 원화 가치를 끌어내린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이는 향후 원화값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환경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우선 위안화 약세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와 위안화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커서다.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거래 규제가 많은 위안화 대신 원화를 사고파는 경우가 많아 원화는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proxy·대리)로 여겨진다. 민경섭 SI증권 환관리센터장은 며 “중국의 재개방 효과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중국 지표들이 부진하면서 역외 위안 환율이 7위안을 넘어 상승한 것도 원화 약세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다시 긴축의 고삐를 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4% 오르며 시장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지난달 전년 대비 근원 PCE 물가지수도 4.7%로 한 달 전(4.6%) 보다 올랐다. 시장은 여전히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연준이 만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경우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이미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더 벌어지고, 이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따른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건 금리 격차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달 1일~20일 수출액은 324억4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감소했다. 이달 무역 적자는 47억1500만달러로 올해 누적된 적자는 295억48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모습. 송봉근 기자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를 제외한 모든 통화가 약세를 보였던 지난해는 달러 당 1300원대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올해의 경우는 한국 실물 경제 악화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현재의 환율 상황을 위험 신호로 여기고 수출 반등을 비롯한 경기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