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생산된 제품이 출하되지 않는 재고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거 쌓이면서다. 생산과 소비는 동시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지수는 109.8로 전월보다 1.4% 하락했다. 전 산업생산은 2월과 3월엔 각각 1%, 1.2% 오르는 등 2개월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하락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생산이 전월보다 1.2%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의 재고는 역대 최대로 쌓였다. 지난달 제조업 재고율은 130.4%로, 1985년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제조업 재고율이 3월보다 13.2%포인트 증가하면서 40여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31.5%), 석유정제(15.1%) 등에서 재고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 수요가 줄면서,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는 물건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재고율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값으로, 밖으로 나간 물건보다 쌓인 물건이 더 많을 때 100%를 넘는다.
반도체 재고율만 따지면 267.9%에 달한다. 1997년 3월(289.3%) 이후 26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출하가 생산보다 더 많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큰 폭으로 늘었다“며 ”반도체의 경우 생산은 0.5% 증가했지만 출하가 20.3% 줄어 재고비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제를 지탱한 내수도 꺾였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가 지난달 105.2로, 전월보다 2.3% 감소하면서다. 소비는 2월에 5.1%, 3월 0.1% 등 증가했지만 지난달 감소로 전환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의복 등 준내구재(-6.3%), 통신기기 및 컴퓨터 등 내구재(-1.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2%) 소비가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설비투자의 경우 항공기 등 운송장비(5.9%)에서 늘면서 전월보다 0.9% 증가했다. 다만 재고가 크게 쌓이면서 추후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고가 많으면 생산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서다. 김 심의관은 “정부는 상저하고 경기 흐름을 예상했지만, 올라가는 시점에 대해선 여러 가지 불확실한 모습이 많다”며 “전반적으로 전기·전자(IT), 반도체의 글로벌 경기 회복 상황에 따라 불확실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한 99.9를 기록했다. 반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한 98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