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41분, 서울시는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란 내용의 위급재난문자를 보냈다. 동시에 일부 지역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방송을 들으면서 지시에 따라 행동하라. 실제상황”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뉴스1
경계경보는 적(敵)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하는 민방공 경보다. 곧 공격을 받을 상황이거나 공격을 받고 있을 때 발령되는 공습경보보다는 한 단계 아래다. 그런데 이날 무슨 일 때문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는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재난문자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경계경보 문자와 방송 내용은 행정안전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나와 있는 표준문안을그대로 전송한 결과였다. 이 예규 10조 2항은 재난정보 입력자가 재난정보 입력 시 표준문안을 활용하되 재난상황에 맞는 문안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이날 사용기관명을 행안부에서 서울시로 바꿨을 뿐 표준문안을 그대로 전송했다.
이날 서울시가 전송한 위급재난문자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수시로 울리던 재난문자 알림 기능을 꺼놓았던 이들에게도 전송돼 파급력이 특히 컸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공습·경계·화생방 경보와 경보해제 등 위급재난의 경우 개인 단말기에서 수신을 거부할 수 없다. 알림소리도 60㏈로 테러, 방사성물질 누출 예상 등 긴급재난문자(40㏈)이나 안전안내문자(개인 단말기 설정값)보다 높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자 수신 직후 네이버 앱부터 열어 본 대학생 김지은(21)씨는 “잠깐이었지만 앱도 먹통이라 정말 무슨 일이 났나 싶었다”며 “대피소가 어딘지 몰라서 허둥지둥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앱은 이날 동시에 접속자가 몰리면서 일시 작동이 멈췄다.
다만, 서울시의 대응이 바람직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강남구에 사는 최민권(28)씨는 서울시 경계경보가 결국 ‘오발령’으로 드러난 데 대해 “서울시에 책임을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 문제는 주로 늑장 대응으로 발생하는데 다소 과잉 대응했다는 이유로 문제 삼으면 또 눈치보다가 시간이 지체돼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인근 대피소 위치나 기본적인 안전 조처 방법을 숙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실제 발생한 상황에서의 재난 문자였기 때문에 꼭 ‘오발령’이라 볼 수는 없다”며 “갑작스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우왕좌왕한 건 아쉽지만, 거꾸로 스스로 대처법을 모르고 있다고 인식하게 된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급한 상황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활 반경 내 대피처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이어 행정안전부는 6시41분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고 서울시는 경계경보해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