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로 지난달 감원 3900명
AI가 이미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는 증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국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미국 기업이 AI를 이유로 감원했다고 밝힌 인원이 3900명이라고 했다. 이는 폐업(1만9598명)·시장 상황(1만4617명)·비용 절감(8392명) 등 17가지 감원 사유 중에서도 7번째로 많았다. 블룸버그는 해당 보고서에서 기업이 인력 감축 이유로 AI를 든 것은 처음이라며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이제 막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생성형 AI 등장, 창조적 업무까지 대체
이 때문에 기계로는 대체가 힘들 거라 여겨졌던, 고임금의 창조적 분야 일자리까지 최근 AI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앞선 올리비아 사례처럼 홍보 등에 쓰일 문구를 작성하거나, 어려운 외국어로 된 문서를 번역하고, 복잡한 판결문 등을 분석하는 작업을 이젠 굳이 사람을 거치지 않고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백악관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는 반복적이지 않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인력을 잠재적 혼란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이선 몰릭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 부교수는 “과거 자동화의 위협은 어렵고 더러우며 반복적인 작업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높은 학력이 필요한 가장 고소득이며 가장 창의적인 일을 정면으로 겨냥한다”고 했다.
줄어든 화이트칼라 직종 AI로 대체될 수도
미국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이미 감소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의 통계를 인용해, 올해 3월 마감한 2023년 회계연도 기간 미국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명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일자리가 줄어든 가장 표면적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폭 늘었던 정보통신(IT) 분야 일자리가 조정을 받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집리크루터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라갔던 지난해 6월에서 지난해 11월 사이 화이트칼라의 대표적 업종인 기술(-35.7%)·경영(-32.2%)·법률(-31.26%) 분야 채용 공고는 급격히 감소했다.
WSJ은 앞으로 경기가 좋아져도 이들 일자리가 AI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WSJ은 “AI 때문에 일자리가 감소·소멸·개편되는 영구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기업들이 사무직군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영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BT그룹은 AI 등 신기술 적용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직원의 최대 42%인 5만5000명을 줄이기로 발표했다. IBM도 5년 이내 업무 지원 분야 직원 7800명을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확도·성능에서 한계” 지적도
세라 로버츠 UCLA 부교수는 WP와 인터뷰에서 “AI가 오류를 저질러 기업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챗GPT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들이 성급하게 나서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