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환경 교실의 모습. 숭문중은 서울에서 환경교사가 학생들에게 환경 교과목을 가르치는 유일한 학교다. 이가람 기자
충북 한 고교에서 환경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이모(42)씨는 지난 2021년 2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한정애 당시 환경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다. 자신을 ‘멸종위기 환경교사’라고 소개한 그는 14년간 교직 생활을 하며 느낀 환경교육의 현실을 A4 용지 한 장 분량 편지에 담았다.
이씨는 “필(必)환경시대라고 하지만 교육 현장에는 정작 환경교사가 거의 없다”며 “미세먼지와 코로나19로 환경교육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환경교육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당시 편지를 받은 환경부는 “교육과정에 환경·지속가능발전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시·도 장학사 협의회 등을 통해 환경교사 채용 확대도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현실 달라지지 않아” 환경교사의 토로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5일 서울 성북구 소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제28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2021년 9월에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기후변화환경교육’ 조항을 신설하고, 그해 12월 환경부는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 환경교육 의무화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선 창의적 체험학습 등으로 환경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환경교육은 아무나?…전국에 49명뿐인 환경교사

환경의 날인 5일 광주 북구청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분리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무인회수기에 넣고 있다. 북구는 반다비체육센터, 북구체육관, 전남대 스포츠센터 등 3곳에 페트병 투명 무인회수기를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지난해 환경을 선택 과목으로 운영 중인 중·고교는 전국 5631곳 중 875곳(15.5%)이다. 대부분 전공자가 아닌 과학 등 다른 교과 과목의 교사가 환경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한국환경교사모임 대표를 맡은 신경준 숭문중 환경교사는 “더 이상 ‘버리지 마라, 깨끗이 해라, 아껴라’ 등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환경교육 방식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자가 필요하다”며 “국·영·수 과목을 다른 과목 교사가 가르친다면 난리가 날텐데, 환경 과목은 아무나 가르쳐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고3에게 집중된 환경 과목 “자습시간 활용”
환경교사가 엉뚱한 학교에 배치되는 일도 벌어진다. 환경교사가 1명밖에 없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21년에 환경 교원 자격증을 가진 교사 2명을 새로 임용했지만, 정작 다른 교과목인 ‘환경공업’을 가르치는 공업고등학교에 이들을 배치해 논란을 빚었다. ‘환경’과 ‘환경공업’은 교원자격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배치된 B씨는 “환경공업 뿐만 아니라 화학공업도 가르쳐야 하는데 환경교육 전공자 입장에서 모르는 내용이 많다”며 “저 스스로 책을 보고 공부하면서 아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현실화로 환경교육 중요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