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증발? 연봉격차 늘릴 것…국내법부터 빨리 정비를" [AI 패권전쟁]

美 브루킹스 연구소 엥글러 연구원 인터뷰 

챗GPT 열풍 이후, 세계는 인공지능(AI) 관련 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은 미 벤처 자본의 대 중국 AI 투자를 봉쇄해 기술·자본을 통제하는 한편, 유럽에선 AI 규제 장벽 낮추기에 나섰다. 미 정부는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과 스웨덴에서 4차 무역기술협의회(TTC)를 열고 AI의 위험을 막을 가이드라인 초안을 수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에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각국 정상을 만나는 중이다. 

알렉스 엥글러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김남영 기자

알렉스 엥글러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 김남영 기자

 
이에 AI 정책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알렉스 엥글러 펠로우는 중앙일보와 만나 “AI에 대한 글로벌 규제보단 각국의 국내법이 우선 정비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거버넌스 부문에서 AI와 데이터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연구한다. 조지타운대 맥코트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겸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만들어 AI의 잠재적 위험을 통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로벌 사회가 AI 거버넌스에 대해 협력할 방법을 고려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글로벌 거버넌스는 만들기 어렵고 속도가 느리며 구속력도 떨어진다. 오픈AI 같은 기업은 글로벌 단일 규제를 선호할 것이다. 그게 나오기 전까지 자신들의 시스템을 전 세계에 팔 수 있고, 규칙이 하나라면 사업하기도 더 수월하니까. 그러나 사람들을 (AI의 위험으로부터) 정말 보호하고 싶다면, 국내 법을 우선 준비해야 한다.
 

EU의 AI 법처럼?
좋은 예다. 오픈AI는 느리고 구속력이 덜한 글로벌 규제를 EU의 AI 법보다 더 선호할 거라고 본다. 
 


AI 규제가 후발 주자 기업들에 장벽이 될 수 있는데.
대규모 언어모델의 경우, 강력한 규제가 나오면 오픈AI나 구글처럼 돈이 많은 기업들은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소규모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작은 회사에는 더 쉬운 규제를, 큰 회사에는 더 영향력 있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규제 때문에 반(反) 경쟁적인 환경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규제의 수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AI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한 규제는 없다. 대부분의 AI 기업은 상업적으로 목적이 명확한 시스템을 판다. AI가 쓰이는 분야와 맥락에 따라 규제는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미국과 EU 무역기술협의회가 내놓을 AI 가이드라인 초안이 향후 AI 시장의 기준이 될까.
가이드라인이라기보다, 기술 시장이 통합된 EU와 미국이 서로 교역 기준을 맞추는 과정이다. AI 기업이 미국용 알고리즘과 EU용 알고리즘을 따로 구축할 필요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건 소프트웨어 교역 시장에 중요한 일이다.
 

유럽은 생성 AI에 쓰인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하라고 요구한다. 이게 가능할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AI가 왜 그런 답을 내느냐’가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를 설명하라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요구다.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은 지난 50년 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시장의 확장을 보여줬지만 실업률은 3~4%로 매우 낮다. AI가 구조적으로 일자리를 없앤다기보다는, 소득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 반복업무를 하는 저학력자의 임금 수준과 일자리 수는 계속 하락하고, AI로 새로 생길 일자리 임금 수준은 높아질 것이다.
 

최근 AI를 더 두려워하게 된 것 같다. 왜 그럴까.
글 쓰고 그림 그리는 AI가 인간과 비슷해 보여서 그럴 수 있다. 그 AI가 단지 수학에 불과하단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그 잠재력을 과장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설 때다. AI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특히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컴퓨터과학 교육을 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도, 세상을 이해하는 시민적 소양을 키우는 데도 필요한 교육이다.
 
※ 국내외 AI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AI의 미래The JoongAng Plus ‘팩플’에서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AI 패권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