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법과 원칙은 공권력을 무기로 노동계를 진압해 굴복시키겠다는 말”이라며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심판투쟁에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 되어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의 연대 투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 한국노총도 동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부의 노동 정책에 반대해와도 타협의 여지는 있기 때문에 협상에 무게를 실었지만, 이젠 민주노총을 비롯해 다양한 노동자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이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9명 중 1명이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중 연행돼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 각각 9명씩 동수로 구성돼 있는데, 근로자위원만 1명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향후 표결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파행 우려가 있던 제3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대로 정상 개최됐지만, 근로자위원들은 위원회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 생계와 직결된 만큼 (파행 없이) 맡은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근로자위원이 1명 부족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은 불합리하니 규정과 범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류 사무총장은 이날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 측에 “소속을 떠나 같은 최저임금위 위원으로서 김 사무처장 석방을 위한 탄원서 제출에 동참하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들은 9명 모두 해당 탄원서 서명에 동참했다. 경영계 관계자는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거나 잘못이 없다는 등의 가치판단은 일체 없이, 김 사무처장이 최저임금위에 성실히 참여해왔다는 사실과 내년 최저임금 심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재판부가 탄원서를 살펴봐달라는 내용만 담겼다”고 설명했다. 공익위원들은 전원 서명하지 않기로 협의했다.
다만 한국노총은 일정 조건 하에서 ‘대화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단순히 사과나 석방 등 하나의 조건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도 (복귀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진심으로 노동을 존중하고,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보겠다는 진정성이 우러나온다면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한국노총의 행보가 ‘완전한 단절’이 아닌 ‘관계 재설정’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대화’라는 기조는 버리지 않겠지만, 노동계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항의 혹은 경고의 표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한국노총이 ‘완전 탈퇴’를 선언하지 않은 것부터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한국노총도 역사적 맥락상 무조건 정부와 ‘강대강’으로만 가기 어려운 만큼 ‘대화 파트너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선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사용자위원 측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근로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