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침공하자마자 우크라이나는 정부 데이터를 빠르게 클라우드로 옮겼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소형 저장 장치를 통해 세금, 토지, 교육 기록 같은 보안 데이터와 금융 시스템을 해외에 서버를 둔 AWS 클라우드에 이전한 것이다. 이때 이전한 데이터 규모는 총 15페타바이트(PB). 6GB(기가바이트)짜리 영화 17만4000여 편 분량이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경제·사회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배경이다.
맥스 피터슨 아마존웹서비스(AWS) 월드와이드 공공부문 부사장(VP)이 7일(현지시간) 'AWS 서밋 2023'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AWS
맥스 피터슨 AWS 월드와이드 공공 부문 부사장(VP)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AWS 서밋 2023’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우크라이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클라우드로 디지털 전환한 덕분에 전시에도 정부의 연속성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AWS는 매년 AWS 서밋을 열어 전 세계 정부·의료·교육 등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피터슨 부사장은 클라우드가 민주적 절차를 돕는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노트에서 AWS 클라우드가 지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자정부 플랫폼 ‘디아’(Diia)를 소개했다. 피터슨 부사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성인의 절반 이상이 디아에서 100개 이상의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AWS가 우크라이나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WS는 남미 주요 국가들의 선거도 클라우드로 지원하고 있다. 피터슨 부사장은 “지난 5년 동안 AWS는 중남미와 캐나다의 중앙‧지방 정부들과 협력하여 20개 이상의 선거가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게 지원했다”며 “지난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선거 여론조사 및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브라질 국민들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최근 CSAP(클라우드 보안 인증 체계) 개편으로 글로벌 기업에도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개방됐다. 이에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버린 클라우드’가 가능한 기업만이 참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소버린 클라우드란 글로벌 기업이라도 서비스 지역에 데이터 센터와 서버를 두고 해당 국가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각국의 ‘데이터 주권’을 지켜야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피터슨 부사장은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CSAP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운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국내에 서버를 둬야 한다는 ‘데이터 현지화’ 정책은 테러‧자연재해와 같은 비상 사태엔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의 전쟁 전에는 물리적으로 국내 서버에만 데이터를 저장하게 했으나, 침공 직전에 (해외에 있는) 클라우드로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켜 데이터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국내에만 서버를 두게 하면 비상 상황에 데이터를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맥스 피터슨 아마존웹서비스(AWS) 월드와이드 공공부문 부사장(VP)이 7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AWS
AWS는 보안 수준이 높다고도 강조했다. 피터슨 부사장은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정부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보안이다”며 “글로벌 사이버보안 컨설팅 회사인 NCC그룹이 AWS의 핵심 서비스인 ‘AWS 니트로 시스템’의 보안성을 검증했다”고 말했다.
피터슨 부사장은 포스트 팬데믹에도 공공 분야에서의 클라우드 전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공공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할 수 있고, 공공 기관이 IT 인프라 비용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피터슨 부사장은 “AWS로 이전한 한국 고객의 경우 신규 앱 출시에 최대 34%의 시간을 단축했고, IT 비용은 23% 절감했다”고 소개했다.
AWS는 한국의 정부, 교육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터슨 부사장은 “숙명여대와 협력해 차세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클라우드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충남 지역 고등학교에 클라우드 컴퓨팅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소개했다.
워싱턴DC=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