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프랑스서 엔진 분해한다…유족은 "항철위 조사 부실"

“조사 결과, 빠르면 6월 중 발표”

지난 1월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사고기 엔진이 실린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4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파묻힌 사고기 엔진이 실린 트럭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12·29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사고기 엔진에 대한 정밀 조사가 사고 발생 4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9일 “프랑스 CFM 인터내셔널(사고기 엔진 제작사)로 이송된 사고기 엔진 2기를 분해·조사하기 위해 오는 12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합동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에는 항철위와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 3개 국가, 8개 기관·제작사 관계자 25여명이 참여한다.

항철위는 이번 조사를 통해 사고기 엔진이 사고에 미친 영향·요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가창오리의 혈흔이 발견됨에 따라 조류 충돌이 기체 이상으로 이어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또 엔진 자체의 결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항철위는 사고기 조종사가 조류와 충돌한 직후 착륙 대신 복행(착륙을 중지하고 다시 고도를 다시 높이는 행위)을 시도한 배경과 사고 직전 기체에서 발생한 ‘굉음’의 원인 등도 규명할 계획이다.  

항철위 관계자는 “분해 조사 결과는 빠르면 6월 중에 중간 발표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엔진 작동 상태나 이상 여부 등 기존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족 “사고 기록 모두 공개하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을 앞둔 지난달 5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유족들이 현수막을 통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사고방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0일을 앞둔 지난달 5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유족들이 현수막을 통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사고방지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참사 유족들은 “항철위가 핵심 정보를 숨기고 있다”며 사고 기록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일동은 최근 성명을 통해 “여객기 참사로 무려 179명이 사망했지만 어떠한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이 잊히고 있다”며 “항철위는 유가족에게 관제탑 교신내용, 블랙박스 기록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했다.

유가족은 “항철위는 국제 규정을 들먹이며 일부 지극히 제한적이고, 선택적인 정보를 유족들에게 공개하며 비밀서약서를 쓰게 하고, 사진이나 녹음 등의 행동을 규제했다”며 “유족의 질문조차 받지 않은 항철위의 행동은 국토부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또 유족 법률지원단은 “항철위의 조사가 부실하다”고 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제주항공 참사 법률지원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항철위가 발표한 조류 충돌 시점과 사고기가 복행한 시점의 선후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률지원단은 “사고기 엔진이 사고 전 이미 엔진 동력을 상실했다는 항철위의 발표와 달리 오른쪽 엔진은 동체 착륙까지 작동하고 있었고, 조류 충돌 후 17㎞를 비행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률지원단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오는 13일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참고인 조사 50여명…형사 입건은 ‘0명’

지난달 2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해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대해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원인 등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수사본부는 현재까지 총 5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무안공항 등을 압수수색하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임직원과 공항공사 직원 등을 조사했다. 

전남경찰 관계자는 “무안공항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둔덕이 참사를 키운 주요 원인이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며 “블랙박스 분석, 엔진 분해 조사 등에 대해서는 항철위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사고 후 현재까지 형사 입건된 피의자가 없는 것과 관련해서는 “추후 항철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형사 입건 등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항공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항공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부딪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6명을 비롯한 탑승자 181명 중 2명이 생존하고 17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