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 무역수지 탓 맞지만"… 한은 주목한 또다른 요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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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주요 34개국 통화 중 가장 크게 하락했는데, 이는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들어 주요국 통화에 비해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출렁였는데, 미국의 긴축 기조 등 대외요인 뿐 아니라 국내요인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8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7.4%로 주요 34개국 통화 평균치(3%)의 2배 이상이었다. 한은은 무역수지 충격이 1개월 시차를 두고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2월에는 무역수지 충격이 원ㆍ달러 환율 상승 폭(원화 가치 하락 폭)의 4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한국 무역수지는 125억3000만 달러 적자로 적자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한은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가 강세였을 때 원화 가치 변화율은 주요국 통화보다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달러가 강세와 약세를 오갈 때 원화도 크게 오르내렸는데, 이 시기 원화 환율 변화율은 주요국 통화 평균을 훨씬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에도 34개국 평균 환율 상승률은 0.1%였는데 원화 환율은 2.9% 상승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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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변동성(전일대비 환율 변화율의 월중 표준편차)도 커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2010년1월~2023년4월) 원화 환율 변동성의 장기평균은 0.5%포인트 수준으로, 주요 34개국 평균치(0.62%포인트)와 중간값(0.58%포인트)보다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원화 환율 변동성은 줄곧 장기평균보다 높았다. 올해 1~4월 원화 환율 변동성은 0.7%포인트로 주요국 평균치(0.6%포인트)와 중간값(0.59%포인트)보다 컸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환율 변동성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왔다”며 “한국이 동아시아 국가에 비해 금융개방도와 환율제도의 유연성이 높고 선진국보다는 금융개방도가 낮은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화 환율 변화율은 최근 들어 여타 통화에 비해 높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 국내 요인에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환율 불확실성의 축소를 위해 대외요인뿐 아니라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 추이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