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따라 갈린 차량 구매…저소득층은 복권 소비 늘려

9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교통 관련 소비지출이 가구당 월평균 33만90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1.6% 늘었다. 교통 지출엔 철도·버스·항공 이용료뿐 아니라 차량 구매비용도 포함된다. 코로나19를 벗어나 일상회복에 접어들면서 ‘보복소비’ 경향이 커지고 있다.

고소득층, 자동차 구매 190% 늘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가계의 교통 지출이 늘었다. 2021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는 반도체 수급 지연 등으로 자동차 구매비용이 전년 대비 감소세였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부터 증가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는 월평균 12만1000원을 자동차 구매에 썼는데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2.9% 늘어난 수준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두드러지는 건 소득수준에 따라 나타난 차량 구매 비용 차이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가 월평균 44만9000원을 자동차 구매에 썼다. 1년 저보다 29만4000원(190%) 늘었다. 그러다 보니 5분위의 교통 지출은 같은 기간 76.4% 늘어난 84만4000원에 달했다. 반면 이 기간 1분위는 자동차 구매 지출이 70.5% 감소했고, 2분위(-85.8%), 3분위(-35.3%)도 큰 폭으로 줄었다.

자동차업계 활황 뒤엔 5분위 보복소비

대신 1분위는 철도육송 지출을 118.3%, 육상운송 지출을 15.8% 늘렸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가구는 ‘뚜벅이’로 버스와 지하철을 더 이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32만6387대를 판매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27만4886대)보다 판매량이 18.7% 증가했는데 이 같은 자동차업계 호조를 이끌었던 게 고소득층의 보복소비였다.

8일 서울 시내 현대자동차 영업점에서 직원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8일 서울 시내 현대자동차 영업점에서 직원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5분위 모두 기타운송 지출이 1년 전보다 늘었는데 특히 5분위에서 136.5%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기타운송엔 항공기 등이 포함된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소득 하위 20%, 복권 많이 사

한편 1분위에서 유독 늘어난 지출도 있다. 1분위는 복권 구매를 1년 전보다 62.9% 늘리면서 가구당 월평균 624원을 썼다. 이는 2분위(420원)보다 많고, 5분위(656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소득이 높을수록 지출도 커지지만, 복권만큼은 예외였다. 경제가 불황일 때 복권 구매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저소득층에 경기 둔화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