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병원 앞 의료진. 뉴스1
“예과에서 놀아라” 옛말 되나…커리큘럼 내실화
교육부 관계자는 “본과에 편성된 임상 실습을 예과 학년으로 내리고 교양 수업을 전 학년에 배치하는 등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커리큘럼을 짜라는 취지”라며 “대입 4년 예고제 등에 따라 올해 말까지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면 2025학년도 1학기부터 적용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국시원) 별관 응시원서 접수처. 뉴스1
예과는 전인교육 차원에서 학생 입학 후 2년 간 운영하고 있다. 예과에서는 기초적인 자연과학 과목부터 언어, 인문학 등 다양한 강의를 듣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이 인턴, 레지던트 등 의사 선발 시에 예과 성적을 활용하지 않다보니 본과보다 느슨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본과 1학년부터는 해부, 생리, 생화학, 병리, 감염, 면역 등 엄청난 학습량을 요구하는 과목들이 몰려있다. 특히 본과 3학년부터는 병원 실습과 국가고시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내실 있게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정부에 의대 학제 개편을 건의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신찬수 이사장은 “과거 예과는 자연대에, 본과는 의대에 소속돼있어서 두 과정의 교육이 완전히 동 떨어진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지금은 예과가 의대로 대부분 들어왔음에도 의사 선발에 예과 성적이 활용되지 않다보니 2년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원칙적으로는 의대생은 26개 전공 실습을 모두 돌아야 하지만 이를 1년 남짓한 기간 내에 운영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아래 학년부터 실습을 하게하는 등 의대-인턴-레지던트로 이어지는 10년의 의사 양성 과정이 연속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양 수업, 필수분야 실습도…“책무성 강화”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 폐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해외에선 예과와 본과를 분리한 사례가 드물다. 2020년 의협이 공개한 ‘의사양성 학제 개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자를 의대 입학생으로 받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은 모두 5~6년의 통합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예과 제도의 원조 격인 일본 역시 1973년 의예과와 의학부의 법적 구분을 없애고 6년 과정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노혜린 인제대 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일본도 예과와 본과생의 소속 단과대학이 다르고 캠퍼스도 떨어져 학습의 연속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일찌감치 통합됐다”며 “같은 문제를 우리나라 의학계도 겪으며 학제 개편 목소리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이번 학제 개편이 일명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분야 수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우봉식 소장은 “막연히 학생들이 겁내는 필수 분야도 일찌감치 경험해보면 흥미가 생겨 전공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찬수 이사장은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대가 보건소 등 지역 의료 현장에서 실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학생들이 지역 의료분야를 선택할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