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전경. 뉴스1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2019년 오산의 모텔 등에서 함께 투숙했던 피해자 3명의 성기 등을 동의 없이 8차례에 걸쳐 촬영했다. 피해자 B씨의 고소에 따라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경찰에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했다. 당초 B씨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다른 피해자 2명의 불법 촬영물도 발견했다. 결국 A씨는 피해자 3명에 대한 불법 촬영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1부(부장 오원찬)는 B씨에 대한 불법촬영만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경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긴 했지만, 다른 피해자 2명에 대한 증거를 자의로 제출했다는 점의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찰이 A씨가 임의제출한 파일에 대해 압수 조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압수목록을 A씨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며 ▶️2명에 대한 영상 파일은 고소 사실과 관련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피의자로 조사받던 A씨는 매우 위축된 상태였을 것”이란 점도 고려됐다.

기사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법원은 또 “경찰은 피의자신문 시 해당 동영상을 재생해 A씨에게 제시했고, A씨는 동영상 촬영 일시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했으며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동영상 압수 당시 실질적으로 A씨에게 해당 전자정보 압수목록이 교부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압수 조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도 피의자 신문 조서 등에 압수 취지를 기재하는 식으로 이를 대신했다고 본 것이다.
B씨의 고소 사건 수사 도중에 나머지 피해자 2명의 불법촬영 피해자 영상을 경찰이 확보한 데 대해서도 대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B씨와 나머지 피해자 2명에 대한 범행시점, 방법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범죄 속성상 상습적이라고 의심되거나, 성적 기호 내지 경향성의 발현에 따른 행위의 일환으로 의심할 여지가 많다”며 “(다른 피해자들의) 동영상은 범행 동기·경위·수단·방법·시간·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원심 판결을 맡았던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 오원찬)는 2019년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며 판결문에 불법촬영된 피해자의 사진을 첨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고, 최종적으로 벌금 70만원형(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이 확정됐다.